지역 개발 속에 죽어가는 한반도 <3> 서해안 개발 재벌 「땅따먹기」에 바다뺏긴 어민 「90년 5월 19일 : 바다에 나가 조업을 한 애들 아빠가 1만원을 갖다준다.

가스냄새 약간. 90년 5월 22일 : 새벽 4시에 배가 출항해야 되기에 아침 지으려고 일어나니 가스냄새가 심해서 숨을 귀기가 곤란한 지경이고 기분이 불쾌해지고 어지럽기도 하다.

극동정유에 항의전화를 수차례 해보았으나 한이사님의 계속적인 이해해 달라는 말 뿐.」 이 발췌된 일기는 일본이 이타이이타이병 발생지역인 주민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울산·온산 그리고 여수·여천 다음으로 공단이 들어선 충남 대산군 대죽리의 한주민의 일기이다.

서해안일대는 예로부터 하늘이 준 천혜의 어장으로 「겨울 한 철 어업부업으로 1년을 먹고 사는곳」이어서 어업기술이 오피려 원시적이기까지 한 곳이다.

그러나 개발이란 명목아래 진행된 정권의 서해안 개발은 오히려 충남 서부지역을 개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지배적인 생각이다.

서해안 개발이란 굴곡이 심한 해안의 「만」부분을 매립하여 농업용 또는 공업용 부지로 쓰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서산시,태안읍,부석면 일대 현재 A,B지구 간척지 4천 3백만평을 포함하여 당진군 대산면 일대 등 약 10여곳이 넘어서는 장소가 매립될 예정에 있다.

현재, 이미 매립이끝나고 극동정유공장이 들어선 대산면은 그 공해 피해상황이 심각해 주민들의 반발이 큰 실정이다.

89년 정유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한 후 첫 피해는 주민들의 신체에서 나타났다.

공장 바로 옆에 거주하는 대산면 대죽 3구 주민 3백여명은 90년 3월 원인모를 피부병에 집단적으로 걸린 적이 있었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공해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나 주민의 대다수가 발진하고 가렵고 따끔거리는 증상을 보여 의구심을 풀기 시작했다.

이에 주민들은 그 피부병을 공해병으로 추측하고 극동정유에 강력히 항의한 결과 회사측에서 지정해준 병원에서 집단적으로 진단·치료를 받았다.

대죽 3구 주민 김순곤씨는 『지정병원의 의사는 원인을 제대로 얘기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러나 다른 병원에 가서 문의하니, 의사가 공해로 인한 것 같다고 말하던군요.』라고 말하며 『극동정유 1개만 가동해도 이 정도인데, 조만간 현대의석유화학 공장마저 가동되면 정말 이주가 필연적인 죽음의 땅으로 변할것』이라고 말한다.

극동정유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의 신체만이 아니었다.

정유과정에서 나오는 검은 분진인 「코크스」로 인해 농작물이 못쓰게 돼버린 것이다.

코크스는 아스팔트의 재료로 쓰이는 것으로 이회사에서만 1분에 1톤씩 나온다.

이 작은 분진이 주위 농작물을 덮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 김관희씨는 90년 9월 가을걷이 한 고추며 배추등 채소에 검게 덮인 기름때가 도저히 벗겨지지 않아 회사측과 현물로 교환해서 농작을을 먹었었다.

이러한 배기가스와 코크스등의 대기오염과 함께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폐수로 인한 수질오염이다.

대죽리 인근 바다에 공장이 가동된 이후 망둥이·숭어·꽃게등 어류가 급격히 줄어들고, 90년 3월에는 엄청난 숫자의 쭈꾸미가 비실거리며 바닷가로 기어 나오는가 하면 7월에는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해 허연 배를 보이며 바닷가로 떠밀려 오기도 했다.

한편 서해안 개발의 공해로 인한 어류의 몰락과 함께, 어장을 메운 후 재벌의 공장이 들어섬으로써 서해안 어가의 몰락은 필연적인 것이다.

전교조 서산지부 홍성희씨(대산중 해직교사)는 『서해안 개발을 시작한 이후 천수만일대만해도 5천여 어가가 생계수단을 발탁당했습니다』라며 『주민들은 생계수단인 바다를 빼앗기고 극동·삼성·현대의 노동자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게 지역개발입니까? 어민들에게 돌려지는 것은 몇 푼 안되는 임금과 공해물질, 산업쓰레기뿐입니다.

』라고 분노를 표출한다.

병드는 신체, 폐허화되는 국토, 농어민들의 임금노동자들의 전락. 이것이 「국토균형개발」이란 명목아래 강행되고 있는 서해안 개발의 단면이며 앞으로의 결과이다.

그렇기에 서해안 개발은 빈자에게는 몰락을, 부자에게는 「부」를 가져다 준 「엔클로져 운동의 한국판」이라고 비난받는 것이며 지역주민들의 생존권 투쟁과 반공해 운동을 촉발 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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