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 자아실현 아닌 생존권
여성노동 자아실현 아닌 생존권
  • 이대학보
  • 승인 199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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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 여성계 목표 「평생·평등 노동권 확보」
「요강 하나·밥상 하나와 아이들만을 방에 남겨둔 채, 문고리를 잠그고 일하러 나가야 하는 비정한 모정」「남자와 동일한 노동·능력에도 훨씬 낮은 임금과 결혼후 퇴직해야 하는 현실」 「여성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3·8여성의 날」이 벌써 80회를 넘어서고 있는데도 아직도 여성은 「공장에서는 반값으로」, 「광고에서는 인형으로」,「아이에게는 비정한 어머니」로 자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한번의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25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과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올 91년을 「평생·평등노동권 확보의 해」로 설정하고 각각 8일(금), 10일(일) 「하국여성대회」와 「한국여성노동자대회」를 가졌다.

여연이 이번 91년 중점사업을 「평생·평등노동권 확보」로 정한 것은 이는 여성해방의 단초가 된다는 생각에서이다.

『우리 여성들도 사회적 노동의 기쁨과 자아실현을 위해 평생 안정된 노동은 필수적입니다』라고 여성의 사회적 노동참여의 중요성을 말하는 동국실업 노조위원장 문양림씨는 『그런데 10년 공장을 다닌 제 언니에게 평생노동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았더니, 남자의 절반도 못되는 임금에 직장탁아소도 없어 공장에서 매일 아이 걱정에 안절부절한다며 진저리를 치더군요』라고 지적한다.

동일임금, 결혼후에도 퇴직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된 직장, 아이가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는 저렴한 탁아소와 같은 평등노동의 전제가 마련되지 않은 평생노동은 노예노동에 다름아닌 것이다.

평등노동의 첫번째 전제조건인 「동일임금」에 대하여는 연세대 여성용원인 한귀자씨가 사례발표를 하였다.

한씨는 같은 20년 경력의 장기근속 용원인데도 불구하고 남성용원의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18만 6천원선의 기본임금을 받았었다.

이같은 동일직급에서의 차별임금은 물론이거니와 인사관리제도, 승진, 교육 및 직업훈련기회에서 뿐 아니라 입사시 제한 등에서부터 여성의 평등노동의 길은 멀기만 하다.

둘째는 고용안정문제인데 이는 피코, 수미다 그리고 최근에 마산티씨까지 외자기업의 무분별한 철수와 대한광학·동국실업 등의 사용자측의 휴·폐업으로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

또한 많은 사무직종과 심지어 교사직까지도 결혼퇴직제가 공공연한 비밀(?)이어서 여성들은 더욱 불안한 고용상태에 있다.

셋째로는 모성보호의 측면인데 이는 임신·생리휴가에 대해서는 차치하고라도 「육아의 책임이 거의 전부 여성에게 전가되어 있는 현실」속에 「탁아소」의 문제는 평등노동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지난 90년 12월 임시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영유아 보육법」은 「시설수준이 낮은 비영리 민간탁아를 대폭 축소하고, 7만원 미만의 생활보호대상자의 자녀만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탁아소에서 보호하겠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어 많은 기혼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생활보호대상자 외에 우리 맞벌이 노동자와 그 자녀 82만명의 아이들에게 탁아소는 생존권입니다』라고 말하는 한국광학 조합원 민병숙씨는 『왜냐하면 월급이 남자임금에 반에도 못 미쳐도, 「남편이 오죽 못났으면 아내를 공장에 보내냐」는 사회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전세방이라도 얻기 위해서는 여자도 공장에 가야하기 때문이죠』라고 이유를 밝힌다.

한편 여성노동자 대회에서 구로동 「튼튼이 놀이방」자모들은 노동현실과 탁아소의 필요성을 표현하는 촌극을 공연해 대회에 참석한 이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이렇듯 여성의 노동은 단지 자아실현의 수단만이 아닌 「생존권」인 것이 이 땅의 현실일 때, 평등노동 그리고 그 전제인 차별임금철폐·고용안정·탁아소 쟁취는 필요조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