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 완전철폐를 위한 민가협 농성장을 찾아

「이 세상엔 좋은게 너무 많아요. 그중에서도 제일 좋은건 투쟁 잘하는 민가협 엄마!」 여의도 평민당사내 농성장 벽에 붙여진 이 대자보는 이 나라 현실속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투쟁으로 승화시켜내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의 현주소를 확인하게 한다.

또한 구석에 개켜진 이부자리며 밥그릇 등은 민가협 어머니들의 농성흔적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 농성은 5~9일 열린 임시국회에 대응하여 국보법 등의 완전 철폐와 양심수 석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여야가 「과거청산」의 가시적 의미를 갖는 개혁입법(경찰중립화법, 안기부법, 국보법)을 회기내 처리하겠다고 이번 임시국회를 소집했다는 데서 기인한다.

그러나, 「경찰법 날치기통과」의 상황속에서 다음 회기로 넘어간 악법을 보는 민가협 아주머니들의 마음은 찾잡하기만 하다.

『민자당은 일부조항에 「목적범」개념을 적용하고 불고지죄의 축소적용 등 운운하며 개정안을 내놓았으나, 분명한 것은 국보법은 「개정」의 대상이 아니라 「폐기」의 대상이라는 것입니다』라고 민가협 간사 임미애씨(본교 87년졸)는 정부의 기만적 태도를 지적한다.

민자당이 제시한 개정안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국보법 제7조 1항과 5항에 대한 「목적범」규정이다.

즉, 1항의 「찬양·고무」및 5항의 「이적표현물 제작 및 소지」등의 법조항 적용시에, 재판부는 피고를, 적을 이롭게 하는 특정 의도나 목적을 가진 「목적범」과 그렇지 아니한 「고의범」으로 가려 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현실을 감안해 보면 조작간첩사건이나 조직사건에 연루되어 국보법 적용을 받은 이들은 공소장 뿐 아니라 판결문에도 대부분 「목적범」으로 규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든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이 「목적범」규정은 사실상 개정 이전 법안과 아무런 차이를 갖지 않는다고 하겠다.

또한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불고지죄」에 대해서 개정안은 「간첩죄」에만 해당해서 축소적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간첩」의 개념이 대단히 모호하고 간첩조작이 용이하기 때문에 축소적용도 시일이 지나면 다른 범위까지 무분별하게 적용 되리라고 우려되어진다.

이러한 국보법 적용으로 인한 구속자는 올해만도 전체 구속자수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양산된 「양심수의 석방」문제는 민가협의 주된 활동이 되고 있다.

5공화국 집권 8년에 맞먹는 6공화국 3년의 양심수 숫자는 현재 4천 2백여명에 달한다.

김미리씨(민가협 회원)는 『특히 민자당 창당이후에는 하루에 6명꼴로 구속당하는 실정』이라며 『양심수들은 이 땅 민주화의 초석이죠. 이들을 가두어 두고, 수백명의 수배자를 거리로 내몰아둔 채 과연 3월에 실시한다는 지자제가 「풀뿌리 민주주의」로서 실현될까요?』라고 말한다.

따라서 민주화를 가능케하는 사회여건을 조성하려면 즉각적인 수배 전면해제와 양심수 전원석방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김씨의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민가협의 요구사항은 「병역법시행령」개정안의 폐기인데 이 안은 젊은 양심수들을 가능한 한 더욱 사회로부터 격리, 감시하려는 의도로 파악되어 더욱 큰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개정된 병역법에는 「징역 또는 금고 2년을 선고받은 자는 징집대상에서 면제한다.

단, 집행유예는 제외한다」고 제103조에서 밝히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단서조항으로 과거에는 시국사범이 「실형 6개월, 집행유예 2년」정도를 받는다면 집행유예도 실형으로 간주, 병역을 면제했었다.

그러나 개정되면서 집행유예는 징집면제에서 제외되어 대부분 1년 6개월의 실형과 2년의 집행유예를 받는 젊은 시국사범은 「제2의 교도소(?)」라 할만한 군대로 강제징집되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악법들의 완전철폐를 외쳐왔던 누구보다 투쟁적이고 독한(?) 민가협 어머니들은 20여일의 농성기간중 한번도 쉬어본 일이 없다고 한다.

국회의사당 앞 시위, 김영삼 총재와 김재중 총재 면담, 국회내 최각규위원장실 점거농성, 민자당 강신옥의원 사무실 점거 등 건장한 대학생들도 힘겨워할 빽빽한 투쟁일정에도 어머니들은 꿋꿋하고 용감하기만 하다.

이제 임시국회 폐회와 더불어 민가협 어머니들의 긴 농성은 끝났다.

그러나 국보법이 철폐되지 않는 한, 그리고 국보법을 철폐할만큼 이 사회가 민주화되지 않는 한, 또 다른 「농성」을 준비하는 민가협 어머니들의 손은 결코 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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