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미국의 전쟁목표 변화와 그 의미

페르시아만에서의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다국적군과 이라크 사이의 전쟁에 대한 분석은 그 전쟁의 원인, 진행상태, 결과 등에 걸쳐 다양하다.

그러나 이 글에서 필자는 한편으로는 필자의 지식의 부족으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짧은 지면에서나마 이론적 틀을 지닌 분석을 시도하고 이 글의내용을 페르시아만 전쟁의 시작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전쟁에서 미국이 추구해 온 목표가 과연 일관성을 지닌 동일한 것으로 지속되고 있는지, 만약 전쟁전과 개전초기에 추구했던 미국의 전쟁목표들이 전쟁의 진행과정에서 변화를 보였다면 그것이 중동에서 지니는 정치적 의미는 무엇이 될 것인가에 제한하고자 한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합병한 후, 걸프 전쟁의 초기단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전쟁목표는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아랍세계의 패권을 잡으려고 시도하는 인물로 보이는 사담후세인이 쿠웨이트를 합병하는데 성공한다면 그는 계속해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까지 합병을 시도해 페르시아만 전체의 석유자원을 장악, 석유의 생산수준과 가격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중동 이외의 여타 세계에 대해서도 견제수단을 행사할 수 있는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미국의 분석이다.

또한 세계의 중동석유에의 높은 의존도와 미국의 전체석유소비의 50%가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국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합병에 맞서 내세우는 목표는 석유를 둘러싼 패권다툼으로 표현되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이 될 것이다.

두번째, 이라크는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와 동구유럽개방 이후의 보다 평화로운 세계질소로 향한 전세계의 희망을 깨버린 침략자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이에 맞서 평화체제를 주도하는 강대국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불안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들 중의 하나에서 안정된 힘의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내세웠던 이러한 두가지의 목표는 오늘날의 국제정치적 상황에서 미국의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에 의해 주장가능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소련이 개혁·개방정책을 통해 국내적으로 여러가지 난제에 부딪치게 됨에 따라 미국이 홀로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치 부상이 가능해져왔고, 동유럽 민주화 개혁과 시장경제체제의 주도적 국가로서 미국의 이념을 우월한 것으로 보이도록 했다.

이에 더불어 레이건 행정부하에서 강화되었던 미군사력과 미국이 국제문제에서 결정적인 발언권을 행사하는데 지지를 해준 유럽국가들의 후원에 힘입어 미국의 의지는 개전으로 옮겨졌다.

이러한 목표에서 시작된, 그리고 속전속결을 내건 전쟁이었지만 이라크의 중동전쟁으로의 유도와 공격의지 표명으로 인해 개전이후 미국이 획득하고자 했던 변화의 국면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그 결과 전쟁이 진행됨에 따라 이라크의 침공결과를 백지화해서 그 지역의 균형을 회복한다는 미국이 내걸었던 두가지 전쟁 목표중의 하나는 약화되어 오로지 자국이익추구의 목표만을 중요시하는 미국의 전쟁목표상의 변화의 추이를 발견할 수 있다.

즉 단지 이라크로 하여금 쿠웨이트로부터 철수시킨다는 목표가 아닌 이라크 주요군사시설의 파괴와 완전무장해제, 사담후세인의 제거로 다시 말하자면 이 지역에서 기존의 균형의 유지가 아닌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 줄 수 있는 시리아, 이집트 등과 같은 세력들로 구성되는 체제로의 세력재편성이라는 의미의 자국이익 우선정책으로 변화되어 갔다.

왜 미국의 강대국으로서의 질서유지를 위한 균형의 조정자로서 역할이라는 목표가 전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약화되어 갔는가? 이에 대해서는 「한 체제내에서 균형유지자가 갖는 유일한 목적은 오로지 그 체제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며, 어느 특정국가에 동조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조정자는 이러한 세력균형유지와는 별개의 문제로서 다른 국가들간의 세력균형을 유지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적 목표를 달성한다」는 국제정치학자, 한수 모겐소의 말은 매우 의미있는 시사를 해준다.

즉 미국이 그러한 균형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시행할 월등한 힘을 지녔다해도 중동은 미국측에서 보기에 미국의 경제적 권익으로 인하여 매우 중요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여겨지는(Vital Interest)지역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그 지역에서 균형만을 유일한 목표로 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설령 미국이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해도 걸프전쟁의 개전이후의 양상과 이라크의 반응, 아랍패권에의 도전으로 인해 단지 기존의 균형으로의 복귀만으로는 미국의 이익추구는 보장받지 못하게되자 미국은 오로지 자국의 이익추구로 전쟁목표를 강화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전쟁에서의 승리와 그로 인한 중동질서의 미국중심의 재편이 가능한 경우(이는 전쟁이 진행중인 지금의 시점에서 하나의 가정에 불과하더라도) 이것은 중동에 어떤 정치적 의미를 남기게 될 것인가. 이 문제는 미국이 생각하는 바대로의 질서개편이 이루어지는데 걸림돌이 되는 세가지 측면을 살펴보는 가운데 드러나게 될 것이다.

첫째, 미국이 제시하고 있는 세력재편성이 지역내 세력간 적대관계를 어떻게 해소해 가느냐의 문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적대관계가 해결되지 않는 한 중동에는 평화와 안정이 요원할 것이다.

둘째, 이라크가 미국에 의해 이 지역의 균형과 질서의 파괴자로서 규정되어 군사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고 회복 불가능 상태가 된다해도 아랍민족국가들 사이에서 지역패권다툼은 국경선이 분명치 않은 민족국가들의 난립과 분열이라는 문제가 남아 있는 한 계속될 것이다.

셋째, 미국식에 의한 세력재편성과 전쟁 종결이후에도 이 지역 보수왕정의 장래는 불투명하다.

봉건토후 몇사람의 부귀영화를 되찾아 주기 위해서 피흘려 쿠웨이트를 탈환했느냐는 반봉건적 민주화요구가 제기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을 고려해 볼 때 결국 미국의 가정대로 미국이 걸프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중동이 미국이익우선의 질서로 재편된다하더라도 걸프전쟁 이후의 중동평화는 미국의 군사력에 의해 유지되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되지 않은 채 늘 갈등의 씨앗을 지닌 평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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