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중산층에게도 하늘의 별따기인 내집 마련

흔히들 서릿발 같다고 하는 시집살이 2년을 무사히 마친 이대 물리학과 출신의 우리집 내무부장관과 첫번째 독립살림을 차린 것이 지난 85년 말. 만 5년전의 일인 셈이다.

안양시 군포사거리 인근의 17평형짜리 민영아파트를 내 돈 8백만원에 융자금·곗돈 등을 합쳐 사가지고 입주했었다.

그러나 서울까지의 교통거리가 멀어 맞벌이 부부로서의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 이후 서울과 좀더 가까운 의왕시에서의 독채전세→과천시 아파트 전세→사당동 다가구주택 전세로 이어지는 서울회귀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봄 어렵사리 마련한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25.7평) 조합아파트의 입주가 내년 6~7월로 잡혀있으니 이제는 내집마련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가까스로 집다운 내 집을 갖게된 셈이다.

간혹 조합아파트라도 잡지 못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노라면 등골이 오싹해 질 때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불어닥친 살인적인 주택가격 폭등세에 밀려 내집 마련의 꿈은 분명 「물건너간 일」이나 다름없었을게 분명하다.

그나마 맞벌이 덕에 확실한 중산층이라고 믿고 있는 우리 가족의 내집마련작전이 이토록 어려운데, 순수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실감하고도 남는다.

정부는 5백만 가구 주택건설이다, 2백만 가구 주택건설 계획이다 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 많이 짓기 선언」을 하고 나섰지만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갈수록 어려워져 가는 느낌이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지역의 경우 번듯한 내집 갖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러면 집을 많이 공급하면 값이 내려가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도 쉬워지리라는 최근의 주택물량 공세 작전으로도 치유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주택문제는 어디에 그 근본원인이 있는가. 물론 사람은 많고 국토는 좁은 우리나라의 인문지리학적인 특성에서 일차적인 해답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소위 망국적인 주택병(?)을 심화시키는 것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주택정책과 이를 성원해온 주택정책 당국자들의 비뚤어진 주택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쉽게 말하자면 문제투성이인 주택문제에 대수술을 가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때 그때의 문제점만에 대처하는 땜질처방이 한국 주택정책의 대중을 이루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전 여의도 국토개발연구원에서 열린 주택정책공청회에선 정부측이 「1가구 1주택 소유자의 민영아파트 청약자격제한」이란 새로운 주택공급제도를 들고 나왔다.

지난해 4월에 가동한 신도시 건설이란 획기적인(?) 고육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니 정부로서야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식으로 무슨 발상인들 못하겠는가. 그렇지만 일부 주택정책 당국자들의 충정은 즉각 오락가락 주택행정이란 비난을 받았고 곧이은 수도권 5개 신도시 아파트 청약은 또다시 과열현상을 빚고 말았다.

주택시장의 속성을 모르고 무심코 던진 주택정책당국자의 말 한마디가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수도권의 무주택 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정부가 신도시 아파트의 미달사태를 막기 위해 일부러 1가구 1주택자 청약자격제한설을 퍼뜨렸다』는 등등…. 정부는 올들어서만도 벌써 채권입찰제 확대 시행·분양가 자율화설 등을 유포시켜 무주택 서민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그래서 주택정책 당국자들을 「늑대와 양치기소년」이란 우화에 나오는 거짓말쟁이 양치기소년에 빗대는 사람도 많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아파트 분양제도 한두가지를 만지작거려 그 문제점이 고쳐질 시기는 이미 넘어졌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집중 호우로 댐의 물이 넘쳐나고 있는데 수문 몇 개 더 열고 닫자는 식의 발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가수요 투기가 뒤엉켜있는 주택시장에서 청약순위를 바꾸어 본들 문제만 더 꼬일 뿐이다.

아파트 공급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주택공급규칙이 팔려고 짓고 있는 주택 모두를 관장하고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홍수를 맞닥뜨린 수재민들을 더욱 우왕좌왕하게 만드는 격이 된다.

다음으로 한국주택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주택정책의 기초가 되는 주택통계가 미비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실 1가구 1주택자, 특히 큰 평수의 주택을 가진 1가구 1주택자의 민영아파트 청약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청약자격제한자를 가려낼 기초주택통계작업이 미비하다는데 있다.

지금 건설부타 경제기획원엔 우리나라에 주택이 몇 채나 있고 그 규모는 어떠한지 알 수 있는 기초통계자료가 전혀 없다.

이런 상태에서 주택공급확대 방안을 수립, 추진하니 마치 모래밭에 물붓기나 다름 없다.

주택을 대량 공급하기가 무섭게 한쪽에선 집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나오곤 한다.

가수요를 때려잡기 위해 청약자격 제한을 해도 그물에 구멍이 많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게 뻔하다.

따라서 앞으로의 주택정책은 그때 그때의 땜질처방에서 벗어나 보다 근원적인 장기 종합 치유책을 마련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엔 기초 주택통계 작업이 시급하고 당분간 주택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자세도 긴요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선 주택문제를 단순한 수요와 공급 이론, 또는 투기 억제 차원에서만 보지 말고 국제금리·유가·환율 등에서부터 수급동향·부동산업자 농간·가수요 실체·주택 금융재원확보 등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차원에서 풀어나가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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