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패「불림」을 찾아

마포구 망원동 393-4번지. 아래층에 오토바이 대리점과 기사식당이 있는 허름한 3층 건물의 2층이 바로 춤패「불림」의 사무실이다.

춤꾼들의 연습장소라면 왠지 깨끗하고 격조높은(?) 곳일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깨버린 그 곳, 불림의 문을 여니「꿍따딱 쿵쿵! 덩더덕쿵쿵!」하는 음악에 맞춰「허-이! 허-」라는 기운찬 구령소리가 맞바로 새어나왔다.

지난 13일(화)오후6시 본교 가정관 소극장에서「노동자·골리앗·크레인」을 공연했던「불림」은 85년 본교 무용과 출신의 5인의 무용수들이 모여 만든 동인 집단이다.

이 땅의 민중들과 함께 호흡하여, 민중의 힘이 될 수 있는 춤문화를 건설하고자 함이 이들의 바램이다.

『관념적이고 정신을 강매하는 춤이 아닌 노동자의 삶 속에 녹아드는 춤언어를 구사하려고 합니다 현재 이 땅에서 예술의 진실은 노동자들을 선동해내는데 있고, 그러할 때 예술은 전체변혁운동에 복무할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불림회원인 김옥희씨(86년 무용졸)의 말은 불림의 현 위상을 뚜렷이 밝혀준다.

아직은 춤에 대한 인식이 대중화되지 않은 현실이어서 춤운동 또한 저급한 수준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인지「불림」에 거는 기대 또한 매우 크다고 하겠다.

춤이란 사상·내용을 몸짓으로 표현한 것이다.

단순히 형식에 대한 고민에서 전문성있는 기량으로 과대포장해버리는 제도권내 춤은 이미 춤의 본 뜻을 잃어버렸음을 인식하고, 획득한 의식을 형식으로 체화해낼 때 진정한 춤은 그 의미를 갖는다.

살아있는 건강한 춤을 끊임없이 추구하려는「불림」은 집회 등의 행사에 참여해 현장감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한다.

86년 이래「불꽃으로 타올라」, 「이 땅의 춤을 위하여 1, 2」,「노동자·골리앗·크레인」등 모두 4회에 걸쳐 펼친 그들의 작품 내용이 이들의 실천성을 나타내준다.

그러나 노동하는 모습을 동작으로 묘사해내는 것이 일차원적인 수준밖에 안되고, 춤은 묘사나 마임이 아닌 추상성을 담보해내야 한다는「불림」의 입장이 노동자와 직접연계가 아니라, 다소 유리된 상층주도의 선진성을 나타내지 않느냐는 지적이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옥희씨는『그저 불끈 쥐는 형태의 강한 표현만이 민중의 구미에 맞는 춤이 아닙니다.

뛰어난 기량을 노동자의 사상으로 무장시켜 전문성을 그들에게 전환, 보급시킬 때만이 비로소 춤은 민중의 위치에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계급성획득과 아울러 전문성 또한 같이 지향하는「불림」은 이런 성격때문에 앞으로도 춤전문인들로 단원을 구성해 전문적으로 더 성숙해 갈 것이라고 한다.

작년, 전태일 기념 노동제에서 공연이 끝난 후 한 여성노동자가 눈물을 흘리며 너무 감격했다고 꼬-옥 껴안아 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말하는 김옥희씨. 「불림」연습실을 나오면서 차문이 닫히기도 전에『자- , 처음부터 다시 해봅시다! 』하며 동작을 지어내는 그들의 모습에서『우리는 모두 해방의 전사, 온몸으로 울어대는 해방꾼』의 외침을 진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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