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공원 개발한다」주민들 기만하다 들통나

정부의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 계획에 맞서 주민과 정부가 격렬하게 맞섰던 안면도에 다시금 평온이 찾아들고 있다.

안면도의 2만 8천여 주민은「서해 과학 연구단지」를 세운다는 구실로 이 섬에 핵폐기물처분시설을 몰래 지으려던 정부의 의도가 폭로된 지난 3일 이후 폭풍같이 떨쳐 일어나 끝내 정부를 굴복시키고 빛나는 승리를 거두었다.

이번 사태는 우선 반핵운동을 국민대중의 관심사 한가운데로 끌어낸데 의의가 있다.

또 2천30년까지 반도 남쪽에 무려 50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짓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결정적인 제동을 걸었고, 안전하다고 일방적으로 선전되어온 핵발전소가 결코 안전한 존재가 아님을 대중앞에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과기처장관과 충남도경국장의 경질 이후 감사원과 안기부 등을 동원, 요즘 보도의 발단을 비밀리에 내사하고 있는 것이 안면도 사건의 의미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안면도 투쟁은 정부의 무모한 핵드라이브 정책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

남쪽에는 1천여기의 전략핵무기 말고도 북쪽에는 1기도 없는 상용원자로가 지난 78년 이후 고리·월성·울진·영광 네 곳에 무려 9기가 세워져 돌아가고 있다.

이들 96만kw급 대형 원전들은 타고 난 핵연로는 물론 장갑·덧신·농축폐액·이온수지 등 방사능에 오염된 핵폐기물을 2백ℓ들이로 해마다 2천드럼씩 쏟아낸다.

이들 쓰레기들은 철근콘크리트 수조나 철강 드럼통에 넣어 임시창고에 보관되어 왔다.

그러나 임시시설들이 고리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꽉차게 돼 중앙처분장을 찾지 않을 수 없었고 병원·연구소·학교·산업체 등 방사성동위원소 사용기관 또한 몇년새에 6백30여 군데로 크게 늘어 동위원소폐기물의 집중처분 또한 문제가 됐다.

이에따라 과학기술처는 폐기물사업전담기관인 원자력 연구소를 시켜 핵폐기물 부지확보에 나서 87년 7월부터 광역조사를 실시한 끝에 그해말 우선 89개 지역을 골라냈다.

후보지는 그 뒤 25개 7개지역으로 좁혀졌다가 88년 초 경북 영덕군 남정면, 영일군 송라면, 울진군 기성면, 세 곳으로 압축됐다.

88년12월29일 제2백21차 원자력위원회에서는 7천6억원의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으로 95년까지 임해지역에 1백50만평 규모로 중·저준위폐기물 영구처분장을 짓고, 97년까지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같은 지역에 세운다는 최종사업계획이 의결됐다.

그러나 이 의욕적인 계획은 89년 접어들어 영덕군민을 선두로 해당지역주민의 반발이 거세 89년 3월이후 지질조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등장한 것이「안면도 원자력 제2연구소 건설안」, 즉「현 대덕연구단지가 좁으니 안면도 일대의 도유림 2백50만평과 사유지 50만평 등 3백만평을 사들여「대덕자매단지」를 짓고 그 안에 핵폐기물 관련기술의 개발을 명분으로 원자력 제 2연구소를 설립, 말썽많은 핵폐기물을 몰래 처분하자」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 출신의 심대평 충남지사는 토지매입비 5백억원, 부지조성비 3백60억원 등 모두 9백억원이 책정된 이 위장사업의 돈이 탐이나 반색을 하며 핵처분장을 충청도로 끌어들였다.

「3급비밀」로 분류되어 터 매입 등 단계적인 절차를 밟던 이 계획이 3일 아침 보도되자 주민들은『해상공원 개발한다더니 핵폐기물이 왠말이냐』며 자녀들의 등교를 스스로 막고, 이장과 새마을지도자들이 앞장서서 사표를 냈다.

이어 궐기대회와 단식농성이 시작되고 공공기관의 직원들 조차 시위에 가담, 지서와 예비군 무기고가 불타고 읍사무소가 철거됐다.

그러나 정부는 사태의 대응도 무책임으로 일관, 불나 지비에 계속 불을 지펴댔다.

과기처와 충청남도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고, 관계장관 회의는 계획의 강행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섬이 거의 초토화되고 계획철회와 책임자경질이 확인된 9일밤에야 사태는 겨우 수습의 실마리를 찾게됐다.

물론 핵폐기물은 우리만의 고민은 아니고 20세기말의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두통거리다.

이 때문에 스웨덴을 뺀 어떤 나라도 핵쓰레기들을 안전하게 묻을 방법을 아직 찾아내지 못해 최근에는『핵폐기물을 우주에 쏘아올려버리자』,『북극의 얼음 밑에 묻자』등 자포자기수가 나올정도다.

그러나 그들은 최소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캐나다 원자력공사는 폐기물처분장 적격지가 1천 3백여 군데나 되는데도 지난 십수년동안 암반처분 기술개발에 열심이다.

그들은 지층구조가 불안정한 편마암 지대인데다 천연기념물인 모감주나무 군락지이며 주변에 지진이 잦은 안면도 같은 곳에 속임수로 핵폐기물처분장을 지으려는 우리식의 발상은 엄두도 내지않고 있다.

활주로없이 비행기만 띄우거나 화장실없이 집만 지을 수는 없다.

이번 안면도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핵폐기물을 비롯한 원자력정책 전반을 전면 재검토해야하며, 이 땅의 주인들은 생존권사수를 위한 시민운동으로 이번 사태를 조직해내는 과제를 안았다.

안면도는 평안을 찾고 있지만 안면도 사태는 사실상 이제부터인 셈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