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6공화국 경제정책을 진단한다

올해들어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공식통계 상으로 올해 10월까지의 소비자물가는 작년말 대비 9.2%의 상승률을 보임으로써 지난82년이후 처음으로 두자리수 물가상승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물가급등 현상은 6공화국 경제정책이 초래한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즉, 1989년을 계기로 하여 국내경기가 산업순환의 측면에서 침체국면으로 진입하게 되자 정부의 경제정책은 그간 명목적으로나마 내세웠던 이른바「경제개혁」이나 개량적 조치를 전면 철회하는 한편 경기부양을 명목으로 자본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을 행하는 것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런데 , 바로 이러한 경기부양적 경제정책이 물가앙등의 직접적인 원인인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89년부터 수출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를 겪게 되자 각종 경기 진작책을 실시하며 통화팽창과 재정팽창을 행하였고, 경기침체를 이유로 금융실명제의 실시를 철회하는 등 최소한의 경제개혁마저 내팽개쳤다.

이어서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을 출범시킨 현정권은「6.19 대책」(1989년),「11.14 대책」(1989년),「12.12 증시대책」(1989)에 이어 올해에 들어서도「4.4 경제종합대책」을 발표, 2조 5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자본에게 지원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팽창적인 재정·금융정책은 통화증발을 결과하여 올해의 월별 총통화증가율은 지속적으로 80년대의 정책목표 수준인 18%를 훨씬 웃도는 22% 수준(전년 동월대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년도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각종 기금의 지출·조성규모를 확대하는 등 확대재정 정책을 계속할 전망이다.

이는 결국, 정부의 경제정책의 기조가 과거 70년대식의 시대착오적 성장론으로 회귀하였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책으로부터 물가상승이 심화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한편, 정부는 89년 상반기부터 90년 상반기까지 불과 1년 사이에 4차례에 걸친「경기대책」을 통해 개별자본에 대한 직접적이고 특혜적인 자금지원을 수행한 반면, 노동자, 농민 등 직접생산층에 대해서는「임금인상자제」와「소득보상욕구자제」만을 강요하였다.

즉, 정부의 경제종합대책들은 한결같이「과도한 임금인상요구가 물가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남미냐, 일본이냐」라는 식의 대국민협박을 통해「각계각층」(구체적으로는 노동자, 농민)의 소득보상욕구를「자제」할 것을 강요하였고,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사법처리지침」을 통해 노동쟁의 등에 대한 본격적인 개입과 탄압의도를 내비쳤다.

특히 90년에 들어서는「산업평화 정착」을 위해 격렬한 쟁의가 발생할 때엔「노조활동 일시중단」조치를 불사하겠다고 위협하며, 공무원 봉급인상 동결을 선언하는 등 강력한 임금인상 억제조치를 취하였다.

(「90년 경제운용지침」)그 결과 올해 7월말 현재 전국 100인이상 사업체의 타결된 평균 명목임금인상률은 8.9%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올해 실질 임금을 오히려 하락시킨 결과를 낳는다.

더욱이 올해는 정부의 전면적이고 노골적인 경기진작책이 동원되는 한편으로 임금인상률과 추곡수매가 인상률을 한자리수로 억제하는, 극단적으로 상호 모순되는 정책이 나타남으로써 노동자 등 민중의 생활상태는 현저히 악화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상 올해 들어 임금인상률이 한 자리수로 머문 가운데 폭발적인 부동산 투기에 따른 주거비 상승, 서비스요금 상승 등에 의해 주도된 물가급등 현상이 지속됨으로써 정부의「경제안정」논리는 이미 그 허구성을 드러냈다.

단지, 추곡수매가 인상이나 임금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이 논리가 폭력적으로 강요되고 있을 따름이다.

실제로 정부는「경제안정」이나「안정속의 개혁」이란 슬로건마저도 거두어들이고 오직 국가의 물리력에 기초하여 노동자계급에 대해서 임금인상 억제를 강요하고 있다.

이는 3당 통합으로 정치적 정당성을 상실한 현정권이 경제정책의 측면에서도 더이상 아무런 정당성을 지니지 못한 채, 민중의 생존권을 심각한 위기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것에 다름아니다.

여기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의 방향과 성격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을 요약하면, 최소한의 경제개혁에 대한 민중적요구나 정권 스스로의 약속을 거부 파기하고, 자본에 대한 특혜적인 지원과 노동에 대한 탄압을 두 축으로 하는 반민중적 속성을 노골화하면서, 특히 경기침체를 이유로안정기조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70년대시그이 성장정책으로 전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페르시아만 사태에 따른 원유가, 석유화학제품 등 원자재가격의 상승을 현재의 물가상승의 원인으로 제시한다.

실제로 이들 요인은 앞으로의 한국경제에서 더욱 심각한 물가상승을 초래할 커다란 변수임에 틀림없다.

또 정부와 자본가단체들은 이러한 상황을 구실로 물가상승의 원인을 호도하며 또 이를 빌미로 임금인상 억제를 강요할 것임도 분명하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독점적 대자본의 투기적 축적(부동산투기)과 6공화국경제정책 자체에서 필연화된 것이며 원유가나 기타 원자재가격의 상승은 이러한 물가상승 추세를 급격히 심화시키는 상황변수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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