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협」학생들에게 가해진 부당징계를 보며

지난 10월 9일 부산에서는 「부산고등학생대표자 협의회(이하 부고협)」가 제2기 출범식을 가졌다.

그러나 경찰과 시교위는 최루탄을 쏘며 이 대회를 무산시켰고 부고협 의장인 낙동고 3학년 강석복군을 제적시키는 등 다수의 학생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또 지난 3일 고교생들은 보라매 공원에서 가지려했던 「학생의 날」기념식마저 저지당했다.

이에 학생의 날을 맞아 전교조 부산지부 선생님의 글을 받아 고등학생에게까지 가해지고 있는 탄압상을 알려내고자 한다.

<편집자> 61주년 맞는 「학생의 날」 어느 조간신문 단신란에 프랑스 고교생 30만명이 「학교주변 폭력배 검거」, 「과밀학급 해소」,「부족교원 충원」문제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그런데 현재 프랑스 고교 한 학급당 학생수는 20명에 불과하다니 이들이 말하는 「과밀학급 해소」란 한 학급에 50명의 학생 등이 바글거리는 우리의 현실에는 「배부른(?) 투정」일 수 밖에 없겠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프랑스 고교생들에게는 자주권과 함께 이와 같은 자신들의 주장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고등학생들의 현주소는 문교부에서조차 명시한 「자치활동보장」을 요구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학교에서 쫓겨나고 「고교생협의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수업권을 박탈당한 채 교사로부터 『미친×, 죽일×』이라는 폭언을 듣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고교생들의 현주소는 그야말로 온갖 폭력과 권위와 입시전쟁으로 얼룩진 굴종의 삶 속에 놓여있다.

부산에서는 지난 10월 9일 「부산 고등학생 대표자협의회」(이하 부고협)가 「학생권리 보장과 학생탄압규탄을 위한 결의문」발표와 함께 대대적인 제2기 출범식을 가졌다.

이들은 「자주적·민주적인 학생회 건설을 통해 고교생들의 인간적인 삶을 획득해야 한다」는 지극히 정당한 요구를 하였으나, 경찰과 시교위는 파렴치하게도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부산대 도서관 앞에까지 최루탄을 쏘며 중무장한 채 난입하는 작태를 보여줬다.

부고협 의장인 부산 낙동고 3학년 강석복군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로부터 사랑받는 학생회로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겠다』고 주장 하였는데 그는 「재적」이라는 국형을 선고받았다.

부고협 2기 출정식 이후, 부산시교위는 대책회의를 통해 『지하로 스며들어 암약하며 거점도 확보하려 한다』 등의 악성비방을 하였으며 이사벨여고, 성심여상 등에서는 해당 학생에게 「자퇴」를 강요했고 이에 못이겨 한 학생이 스스로 자퇴할 뜻을 비쳤다.

특히 E여고의 경우, 『마약을 먹는다, 남자관계가 복잡하며,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등의 인신공격을 가하고 성적을 공개하면서 예민한 여고생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던져 주었다.

또 학산여고의 경우 80여명의 학생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10월 9일 당일의 행정을 캐기 위해 하루종일 차에 태워 추적조사를 벌이는 등 학생들의 수업권을 박탈한 끝에 부고협과 무관한 학생들까지 포함 9명을 징계했다.

무기정학 3명, 유기정학 4명, 근신 2명. 이밖에 동래고, 동인고, 사직여고, 동래여고 등에서도 폭력적 조사를 벌였으며 대양공고, 구덕고, 브니엘고, 서강여고, 낙동고, 주례여고, 부산진여고, 부산동여고 등의 학교에서도 이전의 학내 소모임활동, 외부모임 참석여부 등까지 추궁해내는 조사를 벌였다.

이에 전교조 부산지부와 부고협은 성명서를 발표하여 「고교생 제권리찾기에 근거한 부고협의 정당성과 고교생 탄압행위에 대한 반교육적 작태들을 밝혀내 징계를 저지할 것」을 결의했다.

현재까지 부산시내 징계학생은 31명이나 더 늘어난 40 여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교부에서 89년 전교조 결성 이후 「학교민주화를 위한 쇄신책」을 발표하였는데 물론 대부분 허구적이며 기만적인 이 내용 가운데에는 「학생자치활동 보장」이라는 문맥이 들어있다.

이는 「부고협」에서 주장한 1. 학생자치활동 보장, 2. 좀더 나은 교육환경에서 수업받고 싶다는 내용과 전연 상충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렇듯 온갖 비열한 수단을 동원하여 징계하고 탄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전교조 봉쇄와 현정권의 위기의식에 따른 고교생들의 자주권을 말살하려는 의도이다.

전교조 부산지부에서는 부산시교위를 찾아가 교육감 면담을 요구하며 징계의 부당성을 항의하자 『징계는 학교장 책임』이라며 학교로 넘기는 행위를 보더라도 자신들의 행위가 이미 정당한 것이 아님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제도 속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자신들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1년에 1백 20여명이 절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재의 우리 교육 현실 속에서 고교생들 스스로 자신들의 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은 문교, 시교위 당국자들의 비뚤어진 학생관과 현정권의 반민주성으로 인해 극렬한 탄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 없듯이 이들 고교생들의 자주적·민주적 운동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징계당한 여학생들의 어머니들이 밝힌 성명서 한 귀절로써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자치적 학생회 활동, 좀 더 나은 교육환경에서 자율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것은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들이 정말로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눈물과 사랑으로 이들을 감싸줘야 합니다.

이렇게 맑은 가을날 우리 딸들은 먹장구름같은 마음으로 현실을 아파하고 있다니 어미들의 가슴은 갈갈이 찢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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