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이를 보지못한지고 일주일이 넘었다.

유난히 추위를 타는 혜정이가 걱정된다는 후배의 말에 또 한번 굳어지는 얼굴들을 바라본다.

참으로 격동의 시간이었다.

모든 국민이 보안사의 민간사찰이라는 천인공노할 사건으로 경악을 금치 못할때 혜경이도 자신의 작은손을 움켜질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분류번호, 담장높이, 도피경로등이 상세히 기록된 개인신상카드의 얘기를 하며 놀라워 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리고 보라매공원! 「해체 보안사, 타도 노태우」의 함성이 몰아치던 그날, 노태우는 또 한번 엄청난 발표는 했다.

새생활, 새질서라는 미명아래 범죄와 폭력행위에 전쟁선포를 한다는 노태우는 실직적으로 자신의 지배체제를 안착화하려는 마지막 음모를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법체계에서도 인정할 수 없는 「명령」이라는 무기로 민중의 목덜미를 죄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 무기에 혜경이는 첫 희생양이 되었다.

우리 법학과에서는 2~3일 동안 도무지 무슨일부터 시작해야 될지 어리둥절해 있었는데 자신의 동료를 잃은 89학번 학우들은 시험기간에도 불구하고 20~30명씩 머여 3차례에 걸친 과토론회를 거쳐, 친구를 찾기위한 투쟁을 계획하였다.

평소에는 냉담하던 학우들이 스스로 모여 리본을 만들고 면회가는 조를 조직했으며 도서관, 헬렌관, 학생관을 쫓아 다니며 서명을 받고있다.

그리고 구속학우에게 편지 띄우기, 담당검사, 수사중인 경찰서 책임자에게 탄원글 띄우기등을 결의하고 실천하고 있다.

또한 법학과 학생회에서는 구속학우영치금 마련을 위한 하루찻집을 솟을제 행사에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진행중인 투쟁이 장기화될것에 대비해 조직적인 정비를 하고 있다.

서울 시내 버스가 「교통질서 확립」이라는 플래카드를 달고 다닌다고, 파출소앞에서 있는 경찰이 M-16을 가지고 있다하여 새로운 질서, 생활이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만든 민주주의 조차 지켜내지 못하며 지배체제만을 더욱 안착화하려는 최후의 발악에 맞서, 정권의 본질을 폭로해내고, 끊임없이 저항하는 민중이있을때 우리의 새로운 사회는 만들질 수 있는 것이다.

혜경아, 끝까지 투쟁하자. 오순옥(법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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