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을 둘러싸고 또다시 진통겪는 KBS

지난 1년, 방송계는 숨가쁜 위기상황이 끊임없이 연속된 어려운 시간이었다.

공안정국의 회오리속에서 PD구속, KBS 법정수당 왜곡사건, 서기원 반대투쟁,1·2차 공권력투입, 방송인 무더기 구속·수배, 방송관계법 날치기 통과, 방송 4사 연대파업등 열거하기 조차 숨가쁜 험난한 시간이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KBS 가 또 다시 진통을 앓고있다.

지난 88년 9월에 체결한 단체 협약이 2년시효로 만료됨에 따라 새 단체협약개정안을 둘러싸고 노사간에 치열한 대립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회사쪽이 내놓은 개정안은 「상식을 초월한」독소조항으로, 공정방송의 위상을 와해시키고 노조의 힘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 방송인들의 지적이다.

결국, 이는 KBS 전 사원이 반대하는데고 불구, 「노조탄압의 귀재(?)」인 서기원씨를 사자응로 취임시킨 정권의 의도가 서서히 그 효력을 발휘한다고 볼수있다.

현재 노조측은 전사원의 이름으로 서기원씨를 사장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때문에, 서기원씨가 단체 교섭대표로 나설 경우에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이에 따른 정면대결은 사실상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노조측은 이번 단체교섭을 통해 구속동지들의 원직복귀에 역점을 둘 계획이어서 그 귀취가 더욱 주목을 끌고있다.

이번 단체협약 개정안 중 특히 주요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노조활동과 방송의 편성·제작부관련부문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문제가 되는 몇가지 조항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회사측은 개정안에서 조합가입대상자를 대폭 축소하고있다.

즉, 급여·후생·회계등 행정업무담당자와 1년미만의 임시고용원, 2급직 이상자등을 조합해 가입하지 못하는 사원의 범위로 추가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현조합원의 30%가 탈락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이는 상당히 상식을 무시한 조항으로, 일단 노조가입대상의 제외범위는 사용자가간여할 일이 못된다.

이 조항의 취지가 노조안에 사용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간부들이 개입·지배하는 것을 막기위한것임을 고려할때, 이는 노조의 자주성을 확립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할때, 이는 노조의 자주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조 스스로 결정할 문제인 것이다.

또한 주목되는 것이「편성·제작·보도의 독립성은 모든 부담한 압력으로부터 수호되야 한다」는 현 조항에 「노조등의 부당한 간여에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라는 꼬리를 덧붙인 점이다.

이는 논란이 될 수 있는 방송 편성이나 내용에 있어서, 노조측의 의견제시를 아예 원천봉쇄하려는 회사쪽의 의도를 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개정안은 「공정방송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대폭 축소시키고 있다.

본부장 임명에 있어 공정방송위의 의견을 수렴하게 되어 있는 현행안을 삭제하고, 「사장이 공정방송 실천의지가 있는 자로 기용」하도록 애매모호하게 바꾸고 있다.

또한 공정방송위의 이름도 「공정방송협의회」로 이름을 바꿔 징계요구권, 관계자출석요구권등을 삭제 또는 완화시키고 있다.

또한 확기적(?) 발상 하나가 노조전임자의 전임기간을 휴직처리하여 월급마저 박탈하는 조항이다.

이는 「전임자의 모든 대우는 일반 조합원과 동일하게 하며, 전임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노사관계의 일반적인 관례조차 무시한 「억지」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 뿐 아니라, 조합비 공제시에도 각 조합원의 공제위임장을 일일이 첨부하게 하는 등 조합비 일괄공제를 폐지하여 노조의 물적토대를 무력화하고 있다.

회사측은 또한 「파업기간중 임금은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새로 신설하고, 쟁의가간중 참여불가직종을 명시하여 노조원의 쟁의 참여를 봉쇄하고있다.

한편,노조측은 그동안 조합원들의 여론을 수렴한 개정안을 따로 마련, 지난 7일 정기대의원회 승인을 거쳐 확정하였다.

『회사측 개정안은 노조의 활동을 무력화시키고 제작·편성권을 성역화하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입니다.

KBS노조는 전사원과 함께 「구속자의 원직복귀와 공정방송쟁취를」를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입니다』KBS 노조위원장 직무대행 정초영씨는 이와 같이 결의를 밝힌다.

정권은 더이상 방송을 권력의 수단으로 장악하려 해서는 안된다.

침묵하는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해있고, 역사는 끊임없이 전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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