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민우회 계간지 「사무직여성」

상품광고에만 최첨단을 달리는 매체의 홍수속에 볼만한 정보는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특정집단의 활동을 대중적으로 홍보하고 문제점을 도출하여 사회적 인식을 견인해 나가는 잡지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정보의 결핍속에 사무직 여성노동자에게 일터 곳곳의 모순된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와 노동자의 입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이론을 제공하려는 시도로서 발간된 잡지가 있다.

지난 6월 처음 발간된 계간지 「사무직여성」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에는 여류명사나 앞선 몇몇 여성들이 중심이 된 선도적 여성운동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가장 평범한 우리네 주부, 사무직 여성들도 운동의 주체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라고 말문을 여는 「사무직 여성」지의 편집장 한상실씨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진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자신의 노동력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모순척결이 시급함』을 주장한다.

「사무직여성」을 발행하는 한국여성민우회는 87년 결성된 이래 주부와 사무직여성을 대상으로 월간지 「함께가는 여성」을 발행해왔다.

그러나 「함께가는 여성」은 주부나 사무직여성에게 산재한 문제를 지적은 했으나, 약 20매 가량의 적은 분량으로 많은 한계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에 90년 6월부터는 「함께가는 여성」지는 주부만을 대상으로 전문화하고, 사무직여성을 위해서는 계간지「사무직여성」이 창간된 것이다.

「사무직여성」창간호에는 사무직원이 임시직으로 대체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로서 「늘어나고 있는 임시직, 용역직 여성노동자」를 특집기획으로 다루고 있다.

최근 사무직여성의 업무가 주판알을 튕기거나 계산기를 두드리던 일에서 컴퓨터가 도입되자 단순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이 대기획은 여직원의 업무도 단순화되고, 점점 많은 회사에서 여성이 대부분인 P·C요원이나 단말기조작자 등을 임시직, 용역직으로 대체하는 현상을 사례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그 폐해를 분석한다.

한상실씨는 『임시직이나 용역직은 자본가의 최대이윤획득이라는 목표에 맞게 값싸면서도 노조와 같은 조직체를 만들지 못해 노동자의 권리가 무시되기 쉽습니다』라며 임시직이 노동자의 생존과 노동운동발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 이번호에 실린 소기획 「모성보호는 평등원칙에 위배되는가」에는 상공부의 여성근로자에 대한 시각이 「보호」에서 「평등」으로 전환되어야 할 때라는 의견에 의문을 제기한다.

남녀고용평등법 2조2(근로여성에 대한 모성보호는 차별로 보지 아니한다)에도 제시되어 있듯이 「보호」와 「 평등」은 충돌되는 개념이 아님을 서술한다.

9월말경에 발행될 예정인 「사무직여성」가을호에는 사무직과 기술직, 남성과 여성 등 갖가지 차별을 개선하여 평등으로 나아가려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직제개편」이 기획된다.

계산 「사무직여성」은 사무직 여성노동자도 허구적인 중산층의 껍질을 벗고 건강한 노동자의식으로 무장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 아래 발간되었다.

「누군가가 해결해 주겠지」라는 순종적·의존적인 모습이나 얼굴을 잘 가꾸어 똑똑한 남자에게 선택되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환상을 깨버리기 위한 노력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이제 첫발을 내딛은 「사무직여성」은 아직 노동조합원이나 선진노동자중심이라는 한계를 가지지만 앞으로 모든 사무직여성을 위한 책으로 자리매김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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