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 타결되면 농민 살 길 막막

2.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 한국농촌에 미치는 영향 윤기현 (전국농민회 총연맹 투쟁국장)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이 당초 계획대로 가결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될 때, 한국농업에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위기상황이 초래될 것은 분명하다.

70년대 초 세계농업의 흉작으로 전세계는 식량위기가 초래되었다.

이런 경험속에서 식량 수입국들은 식량이 안보와 직결된다는 것을 알고 식량자급에 막대한 국가예산을 투여했다.

그중 대표적인 나라들이 중국, 소련, 인도, EC 등이었다.

그러나 이런 국가들은 모든 국력을 기울여 농업분야에 투자를 한 결과 70년대 말부터는 식량의 자급도가 높아져 80년대 말에는 EC의 경우 수입국이 아닌 수출국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세계 곡물 수입국들이 자국의 농업을 보호육성하는 기간에 농업을 축소, 파괴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70년대 초에 70%의 식량자급도를 갖고 있던 것이 90년대에 와서는 35% 정도로 떨어지게 되었음은 이를 증명한다.

결국 우루과이 라운드 농산물 협상에서 미국의 이해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듀쥬」초안의 정책은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기초를 이뤄왔던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 협상은 86년부터 시작되었던 것이고 다른 나라에서는 그 대비책을 착착 진행해 농민들의 의사를 수렴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그 기간 동안도 「듀쥬」초안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농산물 수입확대, 한국농업축소 정책을 일관되게 시행해왔다.

그 결과 농촌은 황폐화되고 농민은 파탄하게 되어 더이상 농사를 계속하겠다는 사람이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농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 현정권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 노태우정권은 이런 농업파탄, 농민불신의 정치적 부담을 갖고 있으면서도 미국의 의도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필연성을 갖고 있는데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은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대외적으로는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에서 정부가 농민들의 편에 서서 협상타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제적 흐름에 어쩔 수 없다는 제스쳐를 부리며, 대내적으로는 농어촌 종합발전대책이라는 미명하에 「듀쥬」초안의 내용이 관철되는 법안을 만드는 등 고단위 속임수를 쓰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서있는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의 시점인 것이다.

이런 정책적 흐름에서 볼 때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은 미국과 EC의 의도대로 타결될 수 밖에 없으리라고 본다.

그럼 이렇게 되었을 때 우리 농업 농민은 어떻게 될까? 그 내용은 정부가 농어촌 종합발전대책으로 보여주고 있다.

농어촌 종합발전대책의 내용은 현재 1백 80만 농가를 30만으로 줄여 경작규모를 넓히고 대체작물을 개발하여 대외 경쟁력을 높이고, 여기서 탈농하는 농촌인구를 기술훈련시켜 농공단지에 취업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탈농화하는 농민들의 토지를 흡수할 일제시대 동양척식회사와 같은 성격의 농어촌진흥공사를 설립하는 한편 농지전용과 재벌의 농지침탈을 가속화하고 소작을 양성화하는 「농지임대차 관리법」을 시행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민을 30만호로 줄인다해도 평균 경작면적이 2.7정보로서 미국 1백 20~1백 50정보, 독일 30정보와는 경쟁할 수도 없다.

다시 몇만몇천호로 줄여 농지를 재벌이 독점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의도가 관철되는 농어촌 종합발전 대책은 한마디로 농촌을 해체시켜 농민문제를 해결하고 농촌활동을 미국의 경제체제에 재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상의 타결은 「농업해체·농민말살 정책」의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근거가 될 수 있고 이런 근거를 획득한 현정권은 그것을 관철시키는데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농민들은 「총체적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

즉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되면 그나마 생색이라도 내려고 시행하고 있는 영농자금의 금리가 일반자금의 금리로 올라갈 수 밖에 없고 쌀수매, 보리수매 등 중요작목의 총수출하를 조절하는 수매정책도 실시할 수 없고 농지 구입자금, 농기계 구입자금 등 농업보호, 농민보호정책을 시행할 수 없는데다 농산물 수입이 과다하게 이루어져 지어볼 농사가 없게 될 것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농민들을 빚쟁이로 만들게 되고 이 빚은 농지공사에 지게 되어 옛날 동양척식회사가 금융조합의 고리채로 농민들의 토지를 수탈하듯이 농민들의 토지가 빚에 넘어가며 급속도로 탈농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수탈당한 농지는 상류 사람들의 휴양지, 골프장으로 변하고 농민들은 빈민으로 전락하여 도시 지주들의 묘지기나 별장지기로 생명을 유지해 갈 것이다.

지금도 농촌 인구가 일년이면 50만명 이상 빠져나가고 있다.

현재 전체 농촌 인구가 6백 78만 6천명임을 감안한다면 이 추세로 가면 십년 아니면 농민은 없어지게 된다.

거기다 농촌인구 중에서 50세 이상 노년층 인구가 2백 28만 7천명에 달한다.

농촌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점하고 있는 것이다.

농촌에는 이미 아기 울음소리가 나지 않는 동네가 보편적이다.

농사를 지으려는 후계자들도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 봤을 때 농업의 위기는 분명하다.

이런 위기는 농민만의 위기가 아니고 이 민족의 위기다.

그러나 노정권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없고 잘못된 정책에 대하여 책임질 줄도 모르는 부도덕한 정권이다.

기대할 것이 하나도 없다.

이 정권이 무엇을 어떻게 협상하고 타결하든 그것은 무효다.

이런 전제하에서 모든 국민이 각성하고 일어나 이제 국민의 힘으로 무능하고 부도덕한 정권을 물리치고 진정 농민들의 의사가 반영되고 국민들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수렴되는 정권을 만들어 대처하는 길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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