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좋으시지요 참 좋으시지요. 이제는 하늘나라 그 가장 살기 좋은 곳에 영영토록 평안함을 누리시게 되셔서 선생님이 좋아하시니, 웃고 계시니 저희들도 그렇게 좋아서, 너무 좋아서 하느님꼐 감사하며, 선생님꼐 축하웃음 덩달아 울고 웃고 해야 하는 건데요, 일부러라도 억지로라도 선생님따라 그렇게 허허허 웃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건데요, 어쩌지요 선생님, 저희들은 아무래도 선생님처럼 그렇게 가슴이 넓지를 못하고 선생님처럼 그렇게 믿음이 깊지를 못해서요. 못난이에 바보처럼 왜 이리 자꾸 자꾸 눈물부터 샘솟듯 흘러 내리고, 울지마 울지마 난 이제 아프지 않아 살 맛 난다구 그 모진 병고의 나날 속에서도 오히려 문안간 사람들을 위로해 주시던 그 시원스런 음성, 우스갯소리들 지금 이순간에도 또 그렇게 다둑거려주시는 것만 같애 두 입술 앙다물고 두손목 꼬옥 쥐어봐도, 왜 이리 야속스레 눈물부터 자꾸자꾸 비오듯흘러 내리고- 선생님 선생님-진정 이대로 영영 저희들 곁을 떠나시는 겁니까 이제라도 선생니임-하고 대현동 옛자택이라나 고사리의 산골마을로 떼지어 몰려가면 그래 그래 잘 왔다 잘 왔어 화안히 큰 웃음으로 반겨주시며 그 유명한 「옥길냉면」이며 「옥길 빈대떡」이랑을 푸짐히 한상 차려주실 것만 같은데 무엇이 그리도 맘에 걸리시고 무엇이 그리도 자꾸 이끄시기에 이리도 서두르시어 떠나셔야만 합니까. 선생님 정말 야속하십니다 선생님 정말 원망스럽습니다 이화동산에 계실 때에나 이화동산을 떠나신 뒤에나 그 어떤 어려움 그 어떤 괴로움 그 어떤 노여움 쓰라림 일지라도 늘상 그렇게 허허허 싱글 벙글 선생님 특유의 넉넉하신 큰 웃음으로 따스로이 따스로이 품어주시면 저절로 사랑이 무엇인지 저절로 믿음이 무엇인지 저절로 소망이 무엇인지 선생님의 웃음 하나 하나 선생님의 눈길 하나 하나 선생님의 말씀 하나 하나 그대로 사랑의 꽃씨 그대로 믿음의 꽃씨 그대로 소망의 꽃씨 하나 하나가 되어 언제라도 줄지 않고 늙지 않는 푸르름의 통나무 둥지처럼 누구보다도 오래오래 저희들 곁에 머무르시어 크나큰 힘과 우람스러운 그늘이 되어 주시리라 믿겨졌던 선생님 선생님 자랑스런 이화동산 이 나라 모든 여성들의 가장 큰 별이셨던 우리들의 큰 사랑 김옥길 선생님- 안혜초(시인·영문과 64년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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