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왠만한 공터만 있으면 으레 마주치는 것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서도 종이컵 비슷한 것들을 일렬로 세워두고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모습들은 눈길을 끈다.

바로 일정한 간격으로 장애물을 설치하고 장기나 묘기를 부리며 통과하는 ‘슬라럼(Slalom)’이다.

각종 행사에 초대되는 것은 물론, 자체적인 슬라럼 공연도 활발히 하는 중랑구 인라인 모임 ‘프렌지(FRENZY)’를 만났다.

- 인라인에는 익숙하지만 슬라럼이란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 슬라럼은 인라인을 타는 데 있어 자기 만족에서 그치지 않고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에요. 바닥에 콘이라는 장애물을 두 줄로 각 20개씩 90cm·60cm?간격으로 세워두고 그 안에서 스네이크·원풋·백크로스 등의 각종 기술을 보여주는 거죠. 그 종류로는 선곡한 음악에 맞춰 2분 남짓 개인의 기량을 자유롭게 펼쳐 보이는 ‘프리스타일’,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콘을 안 건드리고 통과하는 ‘스피드’, 2명 이상 호흡을 맞춰 공연하는 ‘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편화 되지 않은 인라인을 타고 춤을 추는 ‘인라인 댄스’가 있어요. - 슬라럼 공연만의 특징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 슬라럼은 그 특성상 정식 공연 뿐 아니라 연습이나 대회까지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공연이 될 수 있어요. 그만큼 무대와 퍼포먼스 하는 사람, 관객이 정형화 돼 있지 않아요. 무대와 객석의 구분도 없죠. 공연하는데 방해가 안 될 정도면 되요. 보는 이들을 꼭 감화·감동시키겠다는 목적이 있는 건 아니예요. 행위자는 자기가 좋아서 하고, 관객이라기 보다는 주변인에게도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거죠. - 공연하다 실수도 하세요? 어떨 때 어려운가요? = 보통 길거리 공연이면 실수해도 그냥 웃고 넘어가요. 하지만 대회에서 넘어지거나 하면 괴롭죠. 길거리 공연은 리드하는 한 사람을 따라 즐기면서 공연하면 되지만 대회는 각자의 기량을 선보여야 해요. 나름대로 자신의 기술을 구성하는 공연 스토리를 짜는데 한 번 실수하면 그 다음부터 생각이 안 나요. 콘 앞에 서면 앞이 깜깜해져 스토리를 잊어버리기도 해 컨닝하는 식으로 메모지에 적어가기도 해요. - 슬라럼을 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공연이 끝나면 많은 사람들이 슬라럼에 관심을 가져요. 얼만큼 타야 그 정도 할 수 있냐는 질문을 꼭 받죠. 우리나라처럼 공간이 부족하고 도로 사정이 안 좋은 곳에서 인라인이 활성화된 것은 그만큼 즐겁기 때문이에요. 구경만 하지 말고, 또 질문만 하지 말고 직접 즐겨보세요. 기술을 배워감에 따라 앞으로 가면 뒤로 가고 싶고, 뒤로가면 옆으로 가고 싶고, 또 그 후에는 회전하고 싶은 욕구가 계속 생기는 매력이 있어요. 길도 좁은 데 뭐하는 짓이냐, 위험하다는 등 안 좋은 시각도 있지만 거리에서 단순히 인라인타고 논다고 생각하지 말고 ‘젊음의 자유를 탄다’고 생각해주세요.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