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수익성, 포르노상영관으로 변질될 우려 넘어 성인예술영화관으로 정착해야

‘제한상영등급영화는 망한 영화’라는 속설에 도전이라도 하듯 많은 제한상영관들이 전국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제대로 된 제한상영관이 없던 우리나라에서 성인영화전용 극장에서만 상영가능한 ‘제한상영등급’영화가 살 길은 여러번의 가위질을 거쳐 ‘18세이상 관람가’로 변신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제한상영관의 등장은 이런 제한상영등급영화들이 원본 그대로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터주고 있다.

‘제한상영관’은 제한상영등급을 받은 영화 중에서도 포르노 영화가 아닌, ‘노출 수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상영관에 오를 수 없던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성인들의 전용 극장이다.

이 때문에 제한상영관은 ‘성인전용관’또는 ‘예술영화전용관’이라 불리기도 한다.

14일(금) 대구의 레드시네마와 동성아트홀은 제한상영관을 열어 ‘로망스’(카트린느 브레야 감독·1999)의 상영에 들어갔다.

‘로망스’는 2000년 10월에 6분가량을 잘라낸 필름으로 이미 개봉했던 영화지만 제한상영관에서 원본 그대로 상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제한상영관 개관을 추진해 온 영화수입사 듀크시네마는 “현재 제한상영등급영화의 배급 계약을 맺은 극장은 16개가 넘었다”며 제한상영관의 활성화를 전망했다.

이에 서울의 이수극장·인천의 명보극장 등 전국의 극장들이 순차적으로 제한상영관의 간판을 새로 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한상영관을 개관하려던 극장들은 확신하기 어려운 수익성·까다로운 설치절차 등의 장벽에 부딪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목포 제일극장은 제한상영관 등록을 포기한 상태고 서울시 중구 매직시네마는 “14일에 시사회는 열었으나 향후 제한상영관으로 바꿀지는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많은 극장주들이 제한상영관 개관을 주저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제한상영관은 성인시설로 분류돼 학교·주거지·청소년 시설 주위에 위치하면 담당 구청의 설치허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한상영관 등록을 신청한 15곳의 극장 중 세 곳이 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다.

앞으로 제한상영관의 수익성이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 또한 제한상영관 개관을 고민하는 이유다.

일반 관객을 제한상영관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양질의 영화공급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영화계의 여건 속에서 제한상영등급영화 중 양질의 영화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영화 중 제한상영등급의 영화는 1년에 한두편에 불과하며 비디오·DVD출시도 금지돼 부가수익도 거의 없다.

따라서 영화사들이 제한상영등급영화에 투자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또한 영화시행령에 의해 제한상영등급영화의 영화장면·줄거리 뿐만 아니라 제목·제작진·영화관 이름 홍보조차 금지돼 있어 관객을 불러들이기도 역부족인 실정이다.

듀크시네마는 “외국의 영화를 제한상영관에 배급하기위해 넘어야 하는 ‘수입추천제’장벽 또한 높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입추천제는 외국의 영화를 수입할 때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수입추천소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 제도이다.

심사기준은 사회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미풍양속을 해할 우려·국민의 일반 정서에 반할 우려 등 네가지로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영화계 일부의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제한상영관이 미칠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우려도 많다.

대구지역주민인 우성태(46세)씨는 “노출이 많은 영화를 합법적으로 보여주는 성인전용극장이 늘면서 더 많은 음란물들이 청소년에게 유통될 가능성이 많다”고 걱정했다.

사실 제한상영관은 개관 초창기라 아직 어떻게 자리잡아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듯 보인다.

영화계에는 제한상영관이 ‘성인예술영화관이 아닌 성인포르노상영관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이처럼 불거지고 있는 제한상영관 운영의 어려움과 영화계 안팎의 우려에 대해 영화평론가 김일선씨는 “제한상영관을 상업 포르노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이 아닌 예술영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으로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앞으로 본래의 정체성을 계속 발전·유지헤 나간다면 제한상영관은 억울하게 죽어가는 많은 영화를 되살리는 역할을 해 낼 것으로 보인다.

유아·동물과의 성교같은 내용의 영화라도 조금만 지우고 가리면 올릴 수 있고 성기가 드러나는 장면이 있다는 이유로 수많은 예술영화는 올리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극장. 때맞춰 출연한 제한상영관이 그 극장들의 훌륭한 대역으로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