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개장한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아수라 백작의 얼굴처럼 양면화 돼 있다.

1일(토)~9일(일) ‘2004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 화려하게 열리고 있는 광장의 다른 한쪽에서 시민단체들이 서울시 행정을 비판하는 ‘A/S 서울 페스티벌’을 열고 있듯이 말이다.

문화연대와 한국독립영화협회 등이 주관한 ‘A/S 서울 페스티벌’의 참가자들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얼굴가면을 쓰고 ‘서울을 애프터서비스하자’는 퍼포먼스를 열어 시선을 끌었다.

또 시 행정 관련 토론회를 열어 서울시의 잘못된 행정을 꼬집기도 한다.

시민단체들의 주요 비판점은 서울광장 공사와 운영에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시청 앞에 광장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1년10개월 만에 3995평의 타원형 잔디광장이 열리기까지 시민들은 많은 불편을 감내해 왔다.

조성공사가 이뤄진 3개월간 시청 앞 도로를 이용하던 차량들은 시청사 뒷길 등의 우회로를 이용해야 했고 시청 앞 보도가 축소돼 보행자들도 많은 불편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은 시청광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앞으로 서울 광장이 시민들의 좋은 휴식과 문화의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4일(화) 시민의 광장사용을 허가제화·유료화하는 내용이 담긴 ‘서울광장 조례안’이 서울시 의회를 통과해 일부 정당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문화연대 정책실 담당자는 “광장은 서울시의 홍보용 시설물이 아닌 시민·사회단체들의 의사소통과 표현의 장이 돼야 한다” 며 조례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이런 시민단체들의 반대여론에 시청 광장 운영 담당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광장인만큼 한 사람이 장기간 독점해 사용하는 것을 막기위해 허가제·유료화로 제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는 시민단체들로부터 ‘서울광장에서 시민단체가 대규모 집회·시위를 여는 것을 막기 위해 급조된 문화행사로 일정을 채워놓은 것이 아닌가’하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가 4월 22일(목) 발표한 ‘서울광장 문화행사 운영계획’을 보면 5월 한달 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문화행사 계획이 잡혀 있다.

매주 화·목요일에는 ‘광장 음악회’가 열리고, 매일 오후에는 왕궁수문장교대행렬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심지어 시민단체의 집회·시위가 자주 열리는 주말에는 고적대 퍼레이드·음악회·어린이 체험광장 등을 집중 배치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광장 사용 신청을 하면 서울시가 이미 일정이 잡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불허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광장의 보행도로와 차량도로를 구분하는 시설이 없어 광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많아지고 있다.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광장을 찾았던 김희진(24세)씨는 “차가 갑자기 광장으로 뛰어들 경우 그것을 막을 시설물이 없어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서울시 도로계획과 담당자는 “여론을 수렴해 곧 완충지대를 설치할 계획 중이다”라고 전했다.

곧 도로간 완충지대가 설치되는 만큼 광장에서 나눠진 시민단체·서울시 의견의 완충지대 또한 하루 빨리 생겨야 서울광장은 진정한 문화·휴식의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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