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 문학을 논한다
인터넷 시대 문학을 논한다
  • 안세아
  • 승인 200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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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파편화·커서적 감성이 문학을 죽였다
“인터넷 검색창에 ‘한국문학’만 쳐보세요. 문학이라 말하기 민망한 ‘스팸문학’의 모든 것이 검색됩니다.

”라고 광고하는 검색사이트가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다.

‘스팸문학’이라는 단어는 올해 조선일보 신춘문예의 한 심사위원 칼럼에서 처음 등장했다.

요즘 이메일함을 열어보면 반 이상이 휴지통에 버려야 할 원치 않는 정보인 스팸메일이다.

신춘문예 공모전에 도착하는 작품들도 스팸메일과 같이 인터넷 문화로 인해 변질된 것이 늘고 있다.

문학동네 문예공모전 담당자 조연주씨는 “특히 소설부문 공모작은 판타지·무협장르가 많아지고 있고 비속어나 틀린 문장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문화의 파급은 여러 방향과 각도로 불어와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인터넷 속의 익명성으로 인해 사람들의 책임감·윤리성은 떨어지고 있다.

더불어 인터넷 자료를 편리하게 가질 수 있게 되면서 기억력 ·암기력은 퇴화하고 있다.

또한 빠르게 마우스를 움직이고 클릭하며 여러 곳을 넘나들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빨리 흥분하고 빨리 식는 다혈질의 성격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문학에도 나타나 검색과 복제를 통한 ‘짜집기 창작’이 나타나고 비문이나 자극적인 말이 함부로 쓰이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국중 고속 인터넷 보급률 1위인 우리나라의 경우 문학에 미치고 있는 부정적 영향 또한 1위라고 볼 수 있다.

사이버 세계에서 문학은 개방화·능동화 됐지만 이로 인해 순수문학은 고유성을 상실했다.

문학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맞춰져 작가의 개성을 잃은 상태에서 창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박형진씨는 “인터넷 공간이 순수문학의 문학적 상상력과 이야기를 통한 울림이나 여운을 잃게 한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또한 인터넷 속의 익명성은 문학의 익명성으로도 이어져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작품에 실명이 아닌 ‘닉네임’을 쓴다.

이런 닉네임 문화는 그들의 개성이나 작품세계를 드러내기에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사이버 문학 평론가 김현진씨는 “인터넷 익명성의 문화 속에서 비윤리적인 문제가 많은 것처럼 작가의 익명성으로 작품에 대한 책임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터넷 문학을 연재하는 동호회·홈페이지가 점점 늘고 팬층도 넓어지면서 인터넷 문학은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인기가 높은 인터넷 소설은 제본·출판되면서 새로운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갔다.

특히 「그놈은 멋있었다」(2003·황매·귀여니)는 출판에서도 12만부 이상이 팔리고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드라마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면서 인터넷 소설의 잠재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2001·곽재용 감독)와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김경형 감독)가 모두 500만명이 넘는 관객 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고 문화방송 미니시리즈 ‘옥탑방 고양이’또한 인터넷에서의 인기를 발판으로 관심을 모았었다.

이처럼 인터넷 문학이 범람하고 있는 것에 대해 순수문학 창작 동호회인 소설나라(www.cafe.daum.net/sosulnara)회원인 김은영(23세)씨는 “색다른 읽을 거리는 많아졌지만 고전 문학같은 감동을 주는 문학을 찾기란 힘들다”고 말했다.

본래의 문학은 단순한 트렌드·상품이 아닌 예술작품이다.

또한 문학작품 중에서도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시공성을 가지는 것이 미래의 ‘고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 문학은 드라마·영화 등 다른 장르의 소스로 활용되면서 그 가벼움과 상업성을 더욱 대중화시키고 있어 그 문제가 크다.

이제는 문학을 배우고 연구하는 대학에서도 순수문학의 위기가 발견된다.

문학창작에 심혈을 기울이는 대학생이 줄어들고 있다는 말은 10여년전 부터 나와 현재는 문예창작 전공생을 제외하면 찾기 힘들 정도다.

따라서 미래의 문학을 이끌어 갈 대학생을 발굴하는 데 기여도가 큰 대학생 현상문예는 회를 거듭할 수록 공모자가 줄어들고 있다.

또한 작품의 질이 낮아져 불가피하게 심사위원은 당선작을 내놓지 못하는 등 그 권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학교 문예현상공모 심사위원 김현자 교수는 “공모자들이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순수문학을 추구하는 학생들은 많이 있다”며 희망을 내비쳤다.

21세기인 지금 골방에 틀어박혀 연필잡은 손가락의 굳은 살을 깎아내며 글을 쓰던 작가의 모습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손은 키보드에 있어도 문학에 대한 의식은 작가의 개성과 무한한 상상력에 있어야 진짜 문학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