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대문 쇼핑센터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쓴웃음을 자아내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내용인 즉슨, 한 외국인이 한글이 쓰여 있는 티셔츠를 찾으니 그런 옷을 갖고 있는 상가 주인은 방송실로 와 달라는 것.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한글이 박혀 있는 티셔츠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우리 고유의 것이 사라져가고 있다.

600년 이상 한 나라의 수도임을 자랑하는 서울임에도 왜 외국인들은 경복궁이나 박물관에나 가야만 우리 문화를 찾을 수 있는 것일까? 과거 우리는 문화를 중요시하는 의식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개발에만 힘을 쏟은 지난날 경제적 효율이라는 난관에 부딪혔을 때 문화재 보존은 뒷전으로 밀리곤 했다.

아직까지도 청계천 복원과 같이 문화재 보존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공사계획을 세워 진행하는 등 문화재의 중요성에 대한 몰이해 속에서 파괴되는 문화유산이 많다.

또, 현재 서울시는 옛 덕수궁터에 미 대사관 신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 곳에 미 대사관이 들어설 경우, 땅 속에 묻혀있는 복원 가능한 문화재들이 파괴될 수 밖에 없다.

덕수궁을 포함해 정동제일교회 등 근대의 주요 무대이자 기념적 건물이 밀집한 정동일대는 큰 의미를 가지기에 역사적·건축학적 가치도 훼손된다.

‘덕수궁 터 미 대사관­아파트 신축반대 시민모임’의 공동집행위원장 강임산씨는 “역사문화지구인만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이 곳에 미 대사관을 지으면 경계가 강화돼 접근이 힘들 것”이라며 이는 전통문화를 무시하고 시민을 소외시키는 처사임을 토로했다.

지난 1월 사적지인 풍납토성 안에 영어체험마을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사건 역시 문화 유산 보존 의식의 부재와 문화사대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문화재 보존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적과 유물의 훼손을 우려한 시민단체는 청계천 복원공사를 중단시키는데 힘을 쏟았다.

늦은 감은 있지만 서울시도 지난 2000년부터 가치 있는 옛집 보존을 추진해 한용운 선생 옛집 등을 지정문화재로 신청했다.

서울시 문화재과의 허대영씨는 “건축보다는 인물에 가치를 둬 여러 문인·예술인들의 옛집을 보존할 계획을 세웠으며 범위를 넓혀 계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잘 지켜 문화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그 주변 환경 보존 역시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 가마터를 문화재로 지정한다고 할 경우 도자기를 만들고 공급처로 운반할 때 이용한 주변 강물 역시 중요한 유산이라는 사실은 외면하기 쉽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박물관 나선화 학예실장은 “문화재가 탄생하는데 큰 역할을 한 주변 환경을 전혀 보호하지 않아 문화재가 있는 장소에는 각종 음식점과 쓰레기만 범람한다”며 “주변 환경도 함께 보존하면 더 가까이에서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화재는 과거의 것이지만 미래로 갈수록 그 가치는 더한다.

정신적 유산으로써의 문화재를 소중히 보존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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