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문화적 탄압으로 공연장을 잃은 극단들이 전국 유랑을 나서며 세운 천막들이 21세기에도 부활하고 있다.

공연장 부족난에 시달리던 극단들이 텐트극장을 이용해 직접 관객을 찾아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강점기에 처음 탄생한 공연용 천막과는 달리 현재의 텐트극장은 초대형에 최첨단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캣츠의 ‘빅탑시어터’텐트극장은 꼭대기가 뾰족한 원뿔형태의 지름 120m·높이 18m인 대형 비닐텐트로 1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객석을 완비하고 있다.

또한 화장실과 냉난방시설, 까페테리아도 있어 임시로 설치한 텐트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다.

배우들의 동선이 자유롭도록 고려한 원형의 무대는 객석과 아주 가깝게 중앙에 위치해 관객들은 공연을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작년 7월부터 ‘캣츠’와 ‘둘리’가 서울에서 제작한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텐트극장을 이용해 부산·광주·대전 등으로 장기 순회공연을 나섰다.

두 텐트극장의 공연은 서울 위주의 기존 공연에서 벗어나 지방 각지로 공연 시장을 확대시켰다는 것에 의의가 크다.

특히 ‘캣츠’는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어 오는 4월8일까지 앙코르 공연을 계속할 예정이다.

대구공연에서는 기존 공연의 평균 관람객 수의 2∼3배를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그러나 텐트극장의 도입시기인 만큼 비싼 대여비용과 천막을 접고 펴는 데 드는 많은 인력, 운반의 어려움이 문제다.

텐트극장을 이용해 공연하는 극단은 공연의 수익성이 높아도 텐트극장의 설치·대여에 비용이 많이 들어 투자한 돈의 본전도 겨우 찾는 실정이다.

캣츠 빅탑시어터 홍보담당자는 “대여료와 설치비용을 합하면 하루에 1400만원이 든다.

이윤으로 따지면 성공이라 보긴 힘들다”고 전했다.

?피?텐트극장을 이용하는 관객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캣츠’의 서울공연을 관람한 대학생 전도희(22세)씨는 “관객수에 비해 화장실이 부족했고 오랜시간 공연을 보고나니 엉덩이가 아팠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렇지만 비용과 시설의 문제만 잘 해결해 간다면 텐트극장은 극장난 해소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텐트극장은 기존 공연장에 비해 제작하는데는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든다.

문화관광부는 올해의 예산안에 텐트극장에 대한 지원금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또한 서울시는 도봉구 창동운동장에 텐트극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 문화과 박문수씨는 “지금까지 제기된 객석의 불편함이나 안전문제, 환풍과 비싼 설치비용 문제를 최대한 감안해 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연기획사들도 텐트극장을 좋은 대안 공연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둘리’뮤지컬을 위해 15억을 들여 텐트극장을 자체 제작한 에이콤 홍보팀 손신형씨는 “텐트극장의 대중화를 위한 투자였다”며 “앞으로 텐트극장이 공연장 부족, 지방의 질 높은 공연 부족 해결에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주목할만한 공연의 증가에 비해 공연장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공연장도 대부분 서울에 위치해 있어 많은 관객들이 접하기가 어려웠다.

공연장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현실에 등장한 최첨단의 비닐천막, 극단들은 하늘의 별보다는 가까운 텐트극장을 택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