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수위 약하고 규정 모호해 갈수록 노골화, 광고시장 질서 해쳐…

“모코코아 먹을래요? 다른 코코아도 먹어봤지만 이게 최고에요~” 영화 ‘트루먼쇼’에서 부인 역을 맡은 연기자가 트루먼에게 건넨 대사다.

그러나 실은 TV를 통해 트루먼쇼를 보고 있는 영화 속 시청자들에게 하는 제품 광고다.

이는 영화 속의 조작된 공간에서나 일어날 법한 상황이지만, 우리를 돌아보자.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동건이 권하는 허쉬초콜렛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고 ‘옥탑방 고양이’의 정다빈이 즐겨 입는 트레이닝복을 사입지는 않는지. 이처럼 화면 속에 숨어 시청자들에게 특정 기업이나 제품을 인지시키는 방법을 PPL(product placement), 혹은 간접광고라 한다.

광고를 피하기 위해 ‘채널사냥’을 감행하는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 사이사이의 광고는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

연예인의 옷이나 물건에 붙어있는 상표를 비춰주는 수준의 초창기 PPL 방식 역시 시청자들을 자극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빠띠셰 보조인 송혜교의 일터는 파리바게뜨여야 하고, 놀이공원 소유주인 권상우는 줄기차게 롯데월드로 놀러가야 한다.

노골적으로 드라마의 배경과 소재로 등장해야만 ‘드라마를 보기위해’ TV 앞에 앉은 시청자에게 해당 기업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것이다.

영화와 방송의 간접광고를 규제하기 위한 확실한 규정이 있는건 아니다.

관객이 직접 돈을 주고 선택해서 봐야하는 영화는 공익성을 강조하지 않는다.

따라서 TV보다는 자유롭게 광고주로부터 홍보비를 받고 간접광고를 할 수 있는데 이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방송의 간접광고는 전파의 공공재적 성격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가 쉽게 접할 수 있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의거, 규제를 받는다.

그럼에도 간접광고의 위반사례가 많이 지적되는 것은 이런 규제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간접광고에 가해지는 제재로 인한 피해보다 간접광고가 주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규정을 위반한 간접광고의 처벌은 주의나 경고가 대부분이고 법정제재라 할 수 있는 관계자나 책임자에 대한 징계는 거의 내려지지 않고 있다.

또 ‘방송은 특정 상품·기업·영업장소·공연 등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광고효과를 주어서는 아니된다’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7조를 악용하기도 한다.

‘MEGA BOX’를 ‘SEGA BOX’ 등으로 교묘히 변형해 표기하는 경우 ‘MEGA BOX’라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는데도 ‘구체적 소개나 의도적 부각’이라는 모호한 규정으로는 처벌이 쉽지 않은 것이다.

상표를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테이프를 붙여 가리는 것 역시 호기심을 자극해 오히려 눈길을 끌지만 이 역시 규제망을 교묘히 피할 수 있게한다.

이런 간접광고는 방송광고시장의 질서를 훼손한다.

방송위원회 심의1부의 김양하 차장은 “제작자와 광고주의 거래에 의한 간접광고는 정상적으로 방송 광고시간을 구매해 광고를 하는 경우보다 더 높은 효과를 누리는 모순을 낳는다”며 “방송에 노출하지 않은 유사업종이나 유사제품에도 상대적인 불이익을 준다”고 말한다.

간접광고의 긍정적 효과를 내세우는 이도 있다.

우리의 영화나 방송프로그램이 한류열풍에 힘입어 해외수출이 급증하는 요즘, 간접광고로 노출시킨 기업이나 제품이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우리가 부시맨이 들고 다닌 ‘코카콜라’를 문화제국주의 산물이라며 비난했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국가의 이익은 얻을지 모르지만 내가 쏜 비난의 화살을 내가 맞는 격이 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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