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찬찬히 곱씹어 본다.

사랑할 때……. 사랑이란 단어는 혀가 부딪혀 나오는 순간부터 향긋한 단어다.

그렇기에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는 지겨울 만큼이나 많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또한 그런 사랑영화다.

다만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십대 상큼한 청춘남녀가 아닌 노년에 다다른 남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사랑이야기를 꾸려나간다는 것이다.

잭 니콜슨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인 해리는 수많은 여자를 사랑이란 이름 아래 눈물짓게 한 철없는 바람둥이다.

그는 자신의 딸 뻘되는 어린 여자인 마린을 만나면서도 가볍고 즐거운 마음뿐이다.

다이안 키튼이 연기한 여자 주인공 에리카는 마린의 엄마다.

그녀는 희곡작가지만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말을 알지 못한 채 살고있다.

나이가 들면서는 자신의 늙어버린 몸을 터틀넥 셔츠로 감추듯 자신의 성적 자아 또한 감추며 살아왔다.

그런 그녀가 늙어버린 해리­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old, old, old harry­와 그토록 애틋한 사랑에 빠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에리카는 터틀넥 셔츠까지 찢어 가며 했던 해리와의 섹스 뒤에 눈물을 보인다.

“이젠 여자로서는 쓸모없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에리카의 뜨거운 눈물은 아직도 그녀가 여성으로서 살아있다는 증거다.

폐경기를 훌쩍 넘긴 여자도 사랑할 수 있고, 키스할 수 있고, 섹스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서 그녀는 늙어서 오히려 더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과 성적 욕구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영화의 중반부를 지나면서 에리카와 해리는 서로 많은 오해를 겪는다.

에리카는 사랑을 가볍게만 여겨온 해리와는 사랑을 이어갈 수 없음을 느끼고 결국 그를 떠난다.

그리고 헤어진 후 해리와 겪은 일들에 대한 희곡을 완성한다.

그 희곡에서 에리카는 해리를 닮은 남자를 등장시켜 2막에서 죽게끔 설정한다.

이는 에리카 자신이 해리와 사랑을 이룰 수 없음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에서 에리카는 자신이 찾은 유일한 사랑이 해리였음을 깨닫게 되고 다시 해리에게 다가간다.

에리카는 결말을 바꿀 수 있는 작가였던 것이다.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한 마디로. 이 영화는 노년의 남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헐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기존 영화들의 환상은 그대로 갖고 간 것 같다.

에리카는 자신과 너무 다른 철 없는 남자를 받아들이고 해리는 굳이 자신의 인생철학을 정리하는 등 늙은 나이에도 무리하며 사랑의 환상을 실현시킨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은 나의 모든 것을 다 버려도 아깝지 않을?‘당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면서 버리게 되는 나의 것에 대해서도. 아니, 버리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단지 내 안에 있던 또 다른 나를 당신과 함께 찾는 것일뿐. 사랑에 빠질 때 ‘사랑’은 최고의 스트레스, 최고의 기회이자 최고의 행복이 된다.

그래서 ‘사랑’인 당신은 나의 최고가 되는. 어쩌면 이런 사랑이 이뤄지는 ‘환상’은 고수해도 아깝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의 철학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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