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홈페이지를 예쁘게 꾸미고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기 좋게 편집하기 위해 방학동안 포토샵을 배우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1인 미디어의 시대, 예술가나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시각적 감각은 중요한 요소다.

감성적 측면이 강한 시각적 감각은 세련된 안목을 필요로 하며 사회의 경제수준이나 선진화 정도에 비례해 발전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농경·산업·정보화·감성 시대적 요소가 혼재하고 있어 시각적 요소 역시 사회 속에서 혼재하는 형태로 드러난다.

그러다 보니 아직 시각문화에 대한 올바른 개념이나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아 부정적 방향으로 빠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 예로 ‘비주얼 쇼킹’을 들 수 있다.

이는 시각적 자극의 홍수 속에서 더 큰 자극을 추구하는 현상으로, 발전 속도가 빠르고 시각적인 볼거리가 끊임없이 밀려들어오는 우리 사회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 현상은 강한 시각적 요소를 이용해 사용자의 중독을 유도하는 컴퓨터 게임과도 관련이 있다.

이승연 위안부 누드 파문 역시 이제는 더 이상 평범한 누드에 반응하지 않는 사람들을 자극하고 눈길을 끌어 모으기 위해 벌어진 해프닝이라 할 수 있다.

연예인들의 누드화보 같은 선정적 시각문화는 여성 비하를 가져오기도 한다.

요즘에는 종종 남성들도 ‘보는’ 대상에 포함시키지만 아직까지 볼거리의 대상은 대부분이 여성이다.

예부터 남성은 그림과 사진의 제작자이자 수용자였고, 지금도 사회·경제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배경삼아 남성은 자신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여성의 몸이나 얼굴 등을 누드화에 반영시켰다.

때문에 소위 ‘명작’이라 불리는 미술작품에서도 에로틱한 여자 누드가 자주 등장하고 인터넷이 보급된 현재는 포르노그라피·몰래카메라 등 외설적 형태로 변질되기까지 한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얼짱·몸짱 신드롬 역시 시각문화의 잘못된 수용 결과라 할 수 있다.

?시각적 쾌감만 주는 이미지를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는 것은 위험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이는 동아TV의 무료성형 프로그램 ‘도전, 신데렐라’가 등장했던 배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시청자들의 항의로 폐지되긴 했으나, ‘얼굴만 고치면 인생역전’이라는 식의 풍토없이는 등장하지 않았을 프로그램이다.

이같은 시각 매체들은 이성적·감성적인 사고보다는 남들이 열광하니 나도 따라 열광한다는 단순한 사고구조를 가지게끔 유도한다.

광고 속의 얼짱·몸짱들은 ‘당신도 이 제품을 쓰면 예뻐진다’고 유혹하고, 이를 본 사람들은 그들과 동일시 될 수 있다는 환타지와 욕망에 사로잡혀 제품을 구입한다.

이런 현상과 관련해 지난 2월 덕원갤러리는 ‘우리 삶을 지배하는 근본적인 힘은 자본주의와 기술문명’이라는 비판을 담아 ‘살림의 경계에서’전을 열었다.

이 전시의 김은하 코디네이터는 “리얼리티를 주는 예술과 그렇지 않은 상업을 구분해야 한다”며 “단순히 예쁘다고 혹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미적 안목을 기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는’ 것에 익숙치 않은 기성세대들의 감성이 미디어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처음에 ‘얼짱·몸짱’은 인터넷을 즐기는 청소년들이 재미로 만든 신조어일 뿐이었다.

이것이 신드롬으로 확산된 것은 우려때문이든 상업주의적 계산때문이든 얼짱·몸짱을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인 양 조장하고 확산시킨 기성세대의 몰이해에 책임이 있다.

책이나 라디오를 접하고 자란 기성세대들은 이제 방송과 언론의 중심권력이 된만큼 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의 시각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한편, 초등·중학생을 위한 디자인 영재교육원 ‘블루닷’의 부원장 계원조형예술대 김병수 교수(그래픽디자인학)는 “대중매체의 순기능이나 사회적 책임만 고려하면 세상이 건조하고 지루해질 수도 있다”며 “결국은 수용자의 입장에서 즐기고 스스로 표현하는 시지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시각문화를 만들고 향유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안정된 지성과 감성이 기반이 되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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