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프와 스피커 등 간단한 장비와 모금함이 전부인 인사동 남인사마당의 거리무대 위에서 조관우의 ‘늪’을 한 남자가 열창하고 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어, 이 노래 내가 좋아하는 노래다”, “저 사람 노래 진짜 잘 부르더라. 가보자”며 무대로 모여들었다.

행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그 남자는 노래촌의 가수 김영호씨(33세). 그는 토·일요일 오후마다 노래공연을 통해 무의탁 노인 및 장애아동, 소년소녀가장들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

겨울의 센 바람에 무대 옆 모금함과 ‘1% 모금’ 캠페인 문구가 적힌 판이 날아가 버려도 김영호씨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추워서 공연하기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김영호씨는 “이런 추운 날 관객이 적다고 해서 노래를 성의없이 부르진 않아요. 노래로 소외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제 의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함없거든요, 마찬가지로 노래 부르는 마음은 늘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10년이 넘게 한 자리에서 공연을 해오는 사이에 고정적인 팬도 많이 생겼다.

“여관을 하시는 한 아주머니는 오실 때 마다 먹을 것들을 바리바리 챙겨오세요. 한사코 만류해도 ‘내 마음이니 꼭 받아달라’며 주고 가시죠. 노래촌의 오래된 돌봄이예요”라고 말하며 감사를 표했다.

많은 사람들의 노래촌에 대한 관심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져 2001년에는 노래촌의 팬클럽 창단식도 열렸고 지속적으로 회원이 늘고 있다.

김영호씨는 93년부터 단지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아서 노래촌의 공연에 참여해 작년 3월부터는 봉사활동과 캠페인 운동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이 무대가 타일로 덮여지기 전, 흙바닥일 때부터 이 곳에서 공연했죠. 공연 초창기, 가수 안상수씨와 함께 노래를 하던 때는 이 무대 사거리가 관객들로 가득 메워졌었어요”라며 처음 공연 할 때의 설레임을 떠올렸다.

김영호씨가 속한 노래촌은 1993년 9월 명동 평화의 거리에서 무의탁 노인을 위한 자선공연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 3월에는 ‘한사랑 연구소’라는 이름의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돼 모금운동은 물론 ‘소외된 이웃돕기’ 캠페인을 펼치는 등 활동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김종흔, 김용식, 김용태, 최현민 등 12명의 가수회원과 200여명의 후원회원으로 이뤄져 있는데 가수회원들은 광고계 직원, 은행직원 등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노래촌은 공연 할 때 외에도 노래촌 인터넷 사이트(www.cafe.daum.net/nolaechon)에서 ‘소득의 1%나눔’이나 직업을 이용한 봉사활동인 ‘능력의 1% 나눔’신청을 받고 있다.

김영호씨는 “공연을 시작한 초창기 때보다 노래연습이 게을러진 것 같아 다시 마음을 다잡는 중이에요. 좀더 나은 노래촌이 되는 것, 어려운 이웃을 위한 관객들의 따뜻한 마음이 좀더 많아지는 것, 그리고 예쁜 여자친구가 생기는 것, 그것이 새해 소원의 전부예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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