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성문화를 엿볼 수 있는 성문화박물관이 지난 2월6일(금) 삼청동에서 자리를 옮겨 인사동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2층~4층으로 이뤄진 이 성문화박물관은 국내 티벳박물관 관장이기도 한 신영수씨가 동양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직접 수집한 다양하고 신기한 성 관련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남근 모양의 문고리가 달린 문을 열고 들어가 2층으로 올라서면 부탄의 축제에서 쓰이는 ‘남녀성기마스크’를 시작으로 각종 성기 모양의 돌과 도구, 그림, 조각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남녀의 성행위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 ‘부모불’이다.

부처가 성행위를 한다는 것이 의아할 수 있으나 티벳 불교의 필수 요소인 지혜와 자비는 각각 남성성과 여성성을 표상하는 본질이다.

그 완벽한 결합이 남신과 여신의 성적 교합으로 상징화된 것이다.

이렇듯 성 관련 유물들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되면 이상하고 낯 뜨겁다는 편견을 버리고 전시돼 있는 유물들을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동양의 성문화는 종교·정신 문화 등과 밀접해 서양보다 더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는데, 우리나라는 유교의 강력한 영향으로 오히려 그 문화적 유산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성문화박물관에서는 풍요와 다산을 바라는 우리의 성 문화를 알 수 있는 유물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짚신틀과는 다르게 남근모양 장식이 있는 짚신틀이 그 중 하나로 농경사회에서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로 쓰였다.

강원도 해변마을에서는 처녀가 죽으면 해신당을 지어 목조남근을 걸어 그 혼을 달래기도 하고 풍어기원과 무사귀환을 바라는 마음을 담기도 했다.

다산을 바라는 기자신앙에서도 우리 나라의 독특한 성문화를 찾을 수 있다.

여인들은 남근과 여근 모양의 기자석을 만져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또 목제성기를 가축 우리에 걸어 다산을 기원하기도 했다.

이렇게 풍요와 다산을 바라는 마음은 3층에서 볼 수 있는 중국의 수성노인이나 삼신과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임신을 원하는 중국 여인들은 수성노인이 그려져 있는 잔에 술을 부어 먹기도 했는데 수성노인의 툭 튀어나온 머리는 남성을 상징하며 그가 손에 쥔 복숭아는 여성을 의미한다.

박물관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이 2층~4층에 걸쳐 벽면에 전시돼 있는 춘화다.

종이 위에 그린 것이 대부분이지만 상아 위에 화려하게 그려진 인도의 춘화카드도 있다.

춘화는 각 나라마다 재미있는 특징을 보인다.

우리 나라의 경우 적나라한 모습보다는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일본의 춘화는 남성이 세밀하고 과장되게 묘사돼 있다.

대다수의 중국 춘화는 남녀의 자세가 난해하며 전족을 한 여인이 많이 등장한다.

4층 전시관에는 다소 충격적이기도 한 외국의 유명 작가 누드집도 볼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성을 우리와는 다르게 보는 서양의 시각을 느낄 수 있다.

실제 프랑스에서 사용되는 콘돔은 인형으로 장식 하기도 해 성을 재미있게 즐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에로틱한 개념의 성적 표현물 속에 숨어있는 사회 풍속이나 문화를 발견하는 것이 이 전시의 의미라 할 수 있다.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의 관람을 도와주고 있는 박덕현씨는 “드러내 놓고 보는 것에 익숙치 않아 쭈뼛쭈뼛 쓱 보고 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이 모르는 부분을 옆에서 설명해 주면 대개 좋아한다”며 “실제로 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늘도 막연한 호기심에 성문화박물관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성에 대해 ‘배우고’ 진정한 ‘성문화 관람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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