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우리가 만든 거대한 상(像)’전이 11월21일(금)∼12월21일(일) 대학로 마로니에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60년대 대학시절 작품에서부터 최근작까지 만나볼 수 있는 이번 회고전에서 민중화가 신학철씨를 만나 서울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한국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는 두 주인공의 상경기가 모티브인데 작가 자신의 경험이 반영된 것인가요? =내가 바로 갑돌이에요. 1964년,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홍대에 입학하기 위해 경북 김천에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그 때는 ‘서울애들’과 ‘촌놈들’의 문화가 달라 서로 통할 수가 없었어요. 서울애들이 자기네 노는 데에 끼워주지도 않아서 촌놈끼리 모여 놀았죠. 요즘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를 표현하는 작업을 하면서 제작하는 작품 일부에 ‘촌놈’이라고 사인하기도 해요. 나는 여전히 촌놈이란 생각이 들거든요. ­그럼 ‘촌놈’의 눈으로 바라보는 서울은 어떤 모습인가요? =서울에 사는 사람의 90% 이상이 시골에서 상경한 촌사람들이에요. 그러므로 서울의 서민들 모두가 갑순이와 갑돌인거죠. 작품에서 보이는 전두환은 출세한 갑돌이고 채소장수는 출세하지 못한 갑돌이죠. 이러한 사람들이 살면서 만든 촌놈들의 문화가 곧 서울의 문화인거에요. 시골에서 보는 서울은 대학 가기 위한 곳이기도 하고 먹고 살기 좋은 곳, 또 돈 벌고 출세하는 곳이기도 하죠. 이처럼 서울은 많은 것들이 집약돼 있는 곳이면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람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곳인 것 같아요. ­작품들에서 서울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도 보이던데. =1984년 ‘서울탑’을 작업할 당시 서울의 사회상은 어두웠죠. 지금도 부정적인 건 마찬가지예요. 현대문명 자체가 지옥의 물건들이 기어올라와 만들어진 거라고 봐요. 남산타워로부터 올라오는 탑에서 맨 밑의 시뻘건 부분은 광물질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땅 속 물건으로 지옥의 물건을 뜻해요. 맨 위의 군사무기는 당시의 군부독재 상황을 반영한거죠. ­서울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64학번으로서 어떤 대학생활을 하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당시 홍대는 정치문제 같은 현실적 이야기는 미술이 다뤄서는 안된다는 학풍이 지배적이었어요. 나 역시 그 때는 그런 것에 대해 잘 몰라 서울에서 대학생들이 술 마시러 많이 모이는 신촌 굴다리를 배회하며 술 마시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학생이었죠. ­당시의 신촌과 이제 곧 04학번이 활보할 지금의 신촌을 비교한다면요? =그 때는 ‘깡통집’등 값싼 술집은 많았지만 지금처럼 문화공간 같은 술집은 없었어요. 요즘 신촌은 대안공간 ‘루프’같은 신세대 문화가 많이 몰려있는 것 같아요. 삶과 예술에 대한 실험적인 부분도 많이 보이고…. ­참여하는 민중작가로서 앞으로 어떤 작업활동을 펼치실 계획이신가요? =이전까지는 관객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과장되게 표현한 부분이 많았어요. 현실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족했죠. 이제는 현실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을 이야기 해 서 작품이 하나의 뉴스처럼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노지영 기자 njy71@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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