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벨소리마저 ‘컬러’링인 요즘같은 감성시대에 색채이미지는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그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한 시대의 색채문화는 동시대의 사회과학 및 자연과학 패러다임에 따라 변화한다.

불황일 때는 어두운 색채를 선호하지만 경기가 좋을 때는 환하고 강렬한 색채를 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6·25를 전후로 가난과 절망으로 피폐해진 회색일변도의 환경에서 1960∼70년대 청록색의 새마을 운동 시대로 넘어간다.

1980∼9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유치로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밝은 난색중심의 색채를 선호하게 됐다.

또 월드컵의 영향으로 그동안 부정적으로 여겼던 빨강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게 됐다.

이런 현실은 기업들이 컬러를 관리하고 새로운 색상을 만들어냄으로써 큰 이익을 창출하도록 한다.

이에 기업들은 자신의 상품에 대한 칼라기획의 중요성을 파악해 색채연구소 등에 컬러컨설팅을 의뢰하기도 한다.

컬러컨설팅이란 색채에 관한 데이터베이스와 과학적 분석을 기반으로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 혹은 색을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서 색을 선정하고 이를 정확하게 재현, 관리할 수 있도록 색채계획을 전담하는 것을 말한다.

색채연구소는 의뢰인의 문제점과 현상을 분석하고 색채이미지 컨셉을 설정, 기획하며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와 더불어 색깔을 적절하고 일관성 있게 쓰는 능력을 갖추고 색채관련 상품을 기획하는 신종 전문직업도 등장했다.

컬러코디네이터라고도 불리는 컬러리스트는 소비자 조사를 통해 상품의 색채를 정하고 디자인 하는 등 다양한 전문분야에서 색채가 사용될 수 있도록 색채계획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 학교 색채디자인 연구소의 서연정 연구원은 “컬러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색채만을 따로 공부한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전공을 기초로 색채에 접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컬러리스트로 활약하기에는 아직 ‘색채’에 대한 기반이 약한 편이다.

국어사전에 빨갛다, 불그죽죽하다 등 빨간색에 대한 형용사만 57종이나 있을 만큼 한국인은 색채를 다양한 감성적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좋다.

하지만 한국색채연구소의 박상연씨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색좌표에 의한 색명명 작업 등 색채분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현실이다”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태극기의 빨강·파랑색마저도 97년에서야 그 표준색도가 지정된 실정이다.

그간 태극기의 표준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 82년에는 ‘국기색을 표준화하면 국민이 부담 없이 그릴 수 없다’는 이유로, 91년에는 ‘표준화된 실제색의 광범위한 보급 없이 색기호만으로는 국민의 인식도가 낮아 곤란하다’는 이유로 보류됐었다.

하지만 점차 색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우리 나라만의 색이름과 그것을 꾸미는 수식어에 대한 규정을 확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1964년에 만든 체계를 40년 만에 대폭 개편하기로 하고 새 ‘색이름 표준 규격 개정안’을 마련해 올해 말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핑크’는 ‘분홍’, ‘브론즈색’은 ‘청동색’ 등 외래어 관용색 이름을 우리말이나 한자어로 바꾸고 ‘짙은’은 ‘진한’으로 ‘칙칙한’은 ‘탁한’ 등으로 바꿨다.

색은 단순히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생리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색을 통해 느끼는 감정의 만족을 최대한으로 느끼기 위한 연구도 한창이다.

그 예로 최근에는 웹이라는 또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반영, ‘웹 안전색’도 등장했다.

웹에서 보여지는 색은 사용자의 컴퓨터 시스템의 종류나 모니터의 종류, 웹 브라우저 등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웹 안전색’은 이렇게 서로 다른 컴퓨터 환경에서도 색이 왜곡되지 않고 정확하게 보이도록 한다.

‘웹 안전색 팔레트 시리즈’를 만든 IRI 색채디자인 연구소의 황정아 대리는 “요즘같은 시대에 개인이나 기업의 입장에서 중요한 이미지가 컴퓨터마다 다르게 보이는 것은 큰 손실이다”며 웹 안전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제는 모든 나라들이 모든 분야에서 색채에 대한 관심자체가 높을 뿐 아니라 색채선진국들은 후진국에 색표집과 관리체계를 파는 등 감각을 수출하고 있다.

바야흐로 ‘색채의 시대’가 도래한 만큼 최적화된 ‘색’을 통해 우리의 생활을 다채롭게 꾸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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