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아민(섬유예술·3)씨의 ‘No Exit’

우리가 그새 오래전 사고 정도로 여기게 된 ‘대구 지하철 참사’를 주제로 작업한 구아민씨를 만났다.

­‘No Exit’가 전시된 후 반응이 어땠나? =작품 기획 당시 3월로 아직 대구 지하철 참사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때였다.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을 접한 후 다시는 이 땅에 이런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작업을 시작했고, 5월 메이데이때 전시했다.

그런데 사고가 난지 불과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옛날 일쯤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미국인들이 9·11테러를 2년이 넘도록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과 비교돼 아쉬웠다.

­작품 구성이 독특한데 어떤 기법을 사용했나? =‘현대타피스트리’라는 수업시간에 배우는 기법이다.

흔히 ‘타피를 뜬다’고 말하는데 틀에 길게 경사(세로실)를 걸어놓고 아래에서부터 한줄한줄 가로줄을 짜며 원하는 그림을 그려가는 작업이다.

이 작품의 경우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고 피·사고·불을 상징하는 붉은 색만을 ‘칠했다’는 표현이 맞다.

중간중간 사고 사진을 넣은 부분을 제외하고는 입체감을 주는 ‘파일직’을 사용했는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카페트, 발판 등이 이 기법을 이용해 짜여진다.

그리고 입체감과 풍성함을 더하기 위해 데님·쉬폰·폴리에스테르·노끈 등 다양한 천과 실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하나하나 경사에 끼워 넣어 작업했다.

­수공예적 요소가 강한데 작업에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작품의 길이가 2m나 되다보니 고정된 틀의 아래쪽을 짤 때는 바닥에 엎드려야 했고 위쪽을 짤 때는 의자를 놓고도 발꿈치를 들어 작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을 생각하며 정성을 다한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처음 수공예를 시작할 땐 ‘내가 조선시대 아낙인가, 밤새 자수나 하고’ 라며 불만을 가졌었지만 지금은 우리 조상들의 공예기법을 이용해 현대적 감각에 맞는 작품을 만든다면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작업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현대사회와 맞닿아 있다.

자신의 예술관은 어떤지?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일반인에게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예로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한 작품을 통해서 바쁜 현대인들이 “아, 이런 아픔이 있었지, 다시 이런 일이 있게 하면 안되겠다”하는 생각을 가질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현대의 예술 작품은 도슨트가 없으면 관객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심오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나는 좀 더 쉬운 작품, 예술에 대한 지식 없이도 관객 누구나 보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더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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