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가는 날’은 이조 후기의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은 작가 오영진의 ‘맹진사댁 경사’로 어렸을 적 전래동화에서 한 번쯤 읽었던 친숙한 작품이었다.

원작에서는 조선 후기의 민족적인 결혼제도의 모순과 양반들의 권력지향성, 사회의 위선과 허욕을 풍자하고 희화화하는데 목적을 뒀다.

하지만 오페라에서는 원작에서 강조됐던 양반의 위선이나 허욕과 뉘우침이 드러나기보다 주인공 ‘입분’과 ‘미언’의 신분을 넘는 사랑의 테마가 강조되고 있다.

원작 자체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시집가는 날’에 등장하는 인물은 전형성을 띤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로 절름발이라는 소문때문에 혼인을 기피하는 주인의 말에 복종하는 순종적인 여성으로 등장하고 있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주인의 말에 순종하는 것이 마음씨 착한 ‘한국적인 여성상’이라 규정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씨와 희생·봉사 정신은 남성인 미언에 의해 발견된다는 점에서 더욱 수동성을 띤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을 속인 사람은 미언이고 단지 그 꾀에 넘어간 것이 입분이라는 점에서-그것도 주관을 배제한 복종의 결과로서-찬양의 대상은 입분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오페라에 등장하는 또다른 여성상, 입분 어머니의 캐릭터 또한 남편의 말에 지고지순하게 순종하는 것으로 나온다.

만약 어머니의 캐릭터가 남편과 대등한 관계를 지니고 딸을 위한 강한 모성을 가진 것으로 설정됐다면 여느 오페라와 다른 여성상으로 신선한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페라 ‘시집가는 날’은 외국인이 작곡했지만 우리 문화를 주제로 한 좋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시간적이나 공간적인 면에서 우리만의 전통적 감성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다소 있었던 것 같다.

무당이 나오는 부분이라든지 제목과 연관되는 혼례 행차 등은 좀 더 부각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한다.

또한 음악적으로 국악과 양악의 교차점에서의 연결이 약간 자연스럽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한국 오페라이니만큼 오케스트라 반주에서 국악적 느낌을 살리는 것이 오히려 작품을 돋보이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집가는 날’은 희극적 오페라의 성격을 띠고 있어 보는 도중 지루하지 않으며 가사 전달도 정확해 좋은 연주를 보여줬다.

또한 함께 관람한 외국인들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나의 우려를 접고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월드컵을 맞아 열린 이 오페라가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한 연주였기에 수동적인 전통여성상을 부각시키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 가운데도 나름의 의의가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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