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만화, 기괴한 상상력으로 심리적 공포감 형성

달팽이·회오리 바람·스프링·사람의 지문…. 이들의 공통점은 ‘소용돌이’ 모양이다.

이같이 근원을 알 수 없는 나선 기호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만 동시에 ‘시작점’을 찾으려는 무서운 집착을 만든다.

소용돌이의 저주는 소용돌이로 돌아가는 눈동자로 시작해 결국에는 뱅글뱅글 엉켜버린 시체들이 즐비한 마을로 만들어 버린다.

-이토 준지의 만화 「소용돌이」의 줄거리 기괴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용돌이」의 작가 이토 준지는 일본 공포만화를 흥행 가도로 바꿔 놓은 대표적인 공포만화가다.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 그와 똑같은 얼굴이 돼버리는 「얼굴도둑」과 머리가 끝없이 복제되며 다시 살아나는 「토미에」 등 그의 ‘공포만화 콜렉션’은 컴퓨터 그래픽보다 세밀한 필체에 주변에서 봤음직한 사소한 소재들을 더해 독자들에게 섬뜩함을 전한다.

또 다른 일본의 공포만화가 모호로시 다이지로의 「시오리와 시미코의 호러파일 시리즈」는 대수롭지 않게 요괴들을 상대하는 ‘시오리’와 ‘시미코’의 행동으로 인한 황당한 공포를 맛볼 수 있다.

한 마을에 머리가 붙은 7형제, 아이들을 입 속에 보호하는 동네 아주머니들 등 다양한 설정들은 무서운 공포보다 친근한 공포를 선사한다.

요괴와 귀신이 나오는 공포물과 달리 인간의 악마적인 본성을 소재로 한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를 보면 ‘나’의 본성까지 의심할 정도로 오싹하다.

이에 대해 한국만화문화연구회 이승남 연구원은 “일본 공포만화는 두터운 독자층으로 다양한 작품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라며 “뭉크의 그림과 같은 기괴한 표현이나 눈을 표현하는 기법 등 독특한 표현법을 이용해 공포감을 전달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공포만화는 잔혹함과 괴기스러움이 특징으로 자리잡은 일본 공포만화와 달리 전문 공포만화가나 작품이 많지 않은 편이다.

전통 공포물보다는 학원괴담·퇴마물 등이 대부분이다.

만화비평가 백정숙씨는 “장르의 존재는 독자층이 안정적으로 자리잡혀야 가능하며 우리나라는 공포 미학의 출발점이 일본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 예로, 3년전에 나온 판타지 호러 양경일의 「아일랜드」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귀신들과 맞서 싸우는 한국형 퇴마만화로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승천 직전에 죽임을 당한 이무기의 원한을 소재로 한 강경옥의 「두 사람이다」는 한국적 전설을 토대로 긴장감을 조성한다.

만화의 공포는 시각적인 효과보다 정신분석적 상징들과 신화적 모티브와 같은 연결고리를 통해 실현된다.

만화는 시청각적 자극이 덜해 사실적인 묘사를 하더라도 실사가 아닌 흑백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영화와 같은 공포감을 느끼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승남 연구원은 “만화는 피가 난무하는 슬래시 무비와 같이 단순히 잔혹한 장면만으로 공포감을 주지 않고 이야기의 전개를 통해 공포를 만든다”고 전한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주류 시장의 만화는 사후 심의를 거치므로 엽기적인 장면이 등장한 공포만화는 인디 만화잡지에서 만날 수 있다.

익살스런 천방지축 인물들이 나오는 만화가 전부라는 생각을 뒤집는 공포만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의 ‘오싹’한 긴장감과 황당한 상상력을 즐기고 싶다면 흑백의 미학, 만화의 ‘공포’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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