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졌던 섬. 난지도라는 이름으로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그 동안 서울의 쓰레기 매립지로 이용됐으나 1993년 2월 완전히 폐쇄됐다’라는 말로 끝맺고 있다.

이처럼 ‘급속한 개발지상주의에 의해 초래된 유래 없는 생태 및 환경 파괴의 전형적 상징’이었던 난지도는 2002년 현재 우리에게 ‘훼손된 자연 치유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시험의 장’으로 새롭게 다가서고 있다.

6월말까지 계속될 ‘난지도 전-버려진 섬, 치유의 산’ 전시는 그 시험의 첫번째 관문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자연 생태 환경 문제를 주제로 전시를 해왔던 ‘바깥미술회’의 주관으로 이뤄지는 이번 전시회는 ‘무차별적인 쓰레기 매립지, 난지도’라는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반성적 비판과 지질적·생태적·환경적 조건에 대한 탐구에 초점을 맞춰 작업이 진행된다.

작품들은 난지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생태 복원 등의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난지도 전-버려진 섬, 치유의 산’은 총 9명의 작가들의 작품이 공원 곳곳에 설치돼 있어 공원을 둘러보며 여유를 가지고 감상할 수 있다.

전시회는 이제까지 쓰레기 매립지로서의 난지도의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곳으로 태어나고자 하는 희망을 표현한 작품과 과거를 잊지 않고 경각심을 되새기는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크게 나눠 구성된다.

작가 김광우씨는 작품 ‘난지-연화’에서 더렵혀진 척박한 땅에서도 새로운 생명의 싹을 터뜨리는 연꽃의 형상을 통해 정화의 의식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관객 참여 작품으로 난지도의 침출수를 정화한 물을 작은 항아리에 담아 놓고 연꽃을 구성하는 작은 그릇에 담아 정화의식을 함께 할 수 있다.

또한 작가 최성열씨는 나무를 가시 모양으로 잘라 공원 곳곳에 심어 놓은 ‘생태계의 저항-Ⅳ’를 전시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가시라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위주의 공격 수단”이라며 “인간에 의해 버려졌던 자연의 재생 의지를 더이상 침해하지 말고 내버려두라는 난지도 생물의 저항의 뜻을 표현한 것”이라고 전한다.

이와 더불어 작가 최운영씨는 인공적인 풀들에 의해 가려진, 바로 60cm아래 쓰레기를 정화하는 의미를 담은 희망적인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타오르는 불꽃’이라는 작품을 전시한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작가 전동화씨는 ‘우리가 만든 피라미드’를 전시한다.

이 작품은 난지도가 이제 풀이 막 돋아나는 하늘 공원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불과 60cm아래에선 아직도 배앓이처럼 가스가 부글대고 있음’과 ‘우리가 만들어낸 문명의 배설물들이 내 발 밑에서 여전히 들끓고 있음’을 잊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어 다시 상기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뜻을 담고 있다.

난지도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폐쇄돼 버려진 섬에서 치유된 산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시도한다.

하지만 그 치유의 끝이 회복인지 죽음인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난지도를 다시 한 번 검색했을 때 그 맺음말이 ‘폐쇄됐다’가 아닌 ‘폐쇄됐으나 생태계 복원에 성공, 현재 세계적인 환경파괴 회복 성공사례이자 생태공원이 됐다’가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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