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이라면 비교적 어린 나이인데 영화를 직접 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처음에는 단순히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영화를 좋아했다.

머릿속으로 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글로 끄적이다가 직접 찍는데 도전해보고 싶었다.

영화는 머릿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 내어 완성된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이다.

영화를 찍어보겠다고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었지만 영화를 찍는 것, 배운다는 것에는 학교 교육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는 외부적 강요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다.

▲‘숨겨진 단편영화제’에 출품한 자신의 영화에 대해 소개한다면. ‘휴지통 미진 화학(주)’는 6mm 캠코더로 찍은 첫 작품이다.

영화사적으로 유명한 거장들이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하는 페이크(fake) 다큐의 형식이다.

수백발의 총알을 맞아도 죽지 않는 영화를 찍는 오우삼 감독이 우리나라에 태어났다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시작으로 제작했다.

이번 ‘숨겨진 단편영화제’를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제의 컨셉과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번 영화제의 또 다른 출품작인 ‘15중 12방’은 감옥도, 그렇다고 사회도 아닌 구치소의 애매모호함에서 착안했다.

구치소는 죄인도 사회인도 아닌 상태인 ‘유예인’으로 묶여 있는 자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무죄판결을 받고 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가지각색으로 멋을 부린 머리는 그대로이지만 모두 죄수복을 입고 있다.

조명과 철저한 익명성을 중심으로 한 전체주의적 구조를 실험해보고 싶었다.

이곳에 어둠이라는 것이 남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광원을 숨겼고 조명에 명암을 없앴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웅’하는 소리를 넣어 사회적·제도적인 폭력을 상징했다.

기존 감옥물의 모든 관습을 벗어나는 보다 새롭고 깊은 형태로서의 구치소물이라는 장르적 가능성을 제시하고 싶었다.

▲영화를 찍는 중에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다.

촬영 스탭들이 영화 ‘Over the rainbow’촬영팀으로 다 들어가버린 적도 있었고 연출하시는 분이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린 적도 있었다.

결국 촬영날짜를 미루고 미루다 배우 한 명은 다른 공연과 겹쳐서 결국 그만둬야 했다.

어렵게 촬영을 시작할 때는 시나리오와 콘티를 다 보고 들어간 사람이 한 명밖에 없었다.

▲아직 초보감독인 자신에게 내려지는 평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들리는 소문으로는 독립예술제에 작품을 출품했을 때 내 작품을 최악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처음에 그 소식을 들었을 때의 충격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복수는 나의 것’을 찍은 박찬욱 감독은 나를 천재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비판과 칭찬, 아직 어리기 때문에 두 가지에 모두 무뎌질 수는 없다.

비판에는 한없이 작아지고 칭찬은 나의 어깨를 무겁게 하지만 모두 내가 거쳐가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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