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숨겨진 단편영화제…기존 심사기준 파괴, 평론에 새로운 대안 제시

획일적인 기준에 맞춰져 뽑힌 영화들을 상영하는 수많은 영화제들. 기존의 틀에 가장 잘 맞춘 것, 혹은 기존 영화들의 훌륭한 기술을 모방한 영화들의 영화제는 어렵게 영화제를 찾은 우리에게 새로운 느낌, 더 나아가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는 한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실험·모험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되는 영화, 특히 단편영화가 한 해에도 수천편이다.

이렇게 알려지지 않은 단편영화들은 왜 숨겨질 수밖에 없었을까? ‘제1회 숨겨진 단편영화제’는 이러한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기존의 영화제가 기술적인 완성도와 전형적인 이야기 전개 구성에 의해 작품을 선정했다면 단편영화 전문 평론집단(이하 단평단)이 주최하는 ‘숨겨진 단편영화제’는 이런 기준을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일반적인 영화제는 논란의 여지가 적은 작품을 선정해야 비판을 덜 받기 때문에 비논리적이고 황당한 작품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한한 가능성과 모험정신을 가진 단편영화가 상대적으로 숨겨져 버리고 만다는 것이 영화제 총 감독이자 디렉터인 윤규동씨의 주장이다.

디지털을 비롯한 여러가지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면서 단편영화의 제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정작 주목받는 ‘신선한’ 단편작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따라서 ‘숨겨진 단편영화제’는 작품 선정의 기준에서부터 다른 영화제와 차별성을 갖고 있다.

복수 출품을 가능하게 해 유망한 창작자들과 작품을 지속적으로 조명하고자 하고 연도 기준을 폐지해 100년 전에 만들어진 단편이라도 독특한 창의성을 가지고 제작돼 상영할 가치가 있다면 얼마든지 영화제에 출품할 수 있도록 한다.

단평단의 평론가 겸 프로그래머 최광호씨는 “비논리적이고 황당하더라도 실험정신이 담겨 있어 유산으로서 남겨질 가능성을 가졌느냐와 단편적인 소소함을 지녔느냐에 큰 비중을 둬 심사했다”며 “기술적인 완성도는 부수적으로 생각해 기존의 틀에 박히지 않은 내면적 고민이 담긴 영화를 선정했다”고 전한다.

‘숨겨진 단편영화제’가 제시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영화제에 의한 평론을 제안한다는 점이다.

이제까지의 영화 평론이 완성된 작품을 보고 글로서 비평하는 평론이었다면 ‘숨겨진 단편영화제’는 제작 이전의 평론, 즉 영화 제작 현장을 직접 보고 그 과정을 비평해 영화의 제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평론인 ‘기술시사’를 강조한다.

그렇기에 감독상·촬영상과 같은 기존 영화제가 가진 시상 항목과 더불어 실험 정신상·작가 정신상과 같은 시상 부분을 추가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으나 마땅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훌륭한 영화를 놓쳐 버리지 않기 위해 특별상을 제정하기도 한다.

윤규동 총감독은 “기술시사는 ‘과정의 비평’을 통해 직접 제작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평론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평론 방식의 변화는 영화 제작 방식을 바꾸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숨겨진 단편영화제’에서 기술시사를 통해 선정된 작품은 총 2편이고 앞으로 계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제1회 숨겨진 단편영화제’는 18일(토)∼20일(월) 3일간 광화문 씨네큐브 내 아트큐브에서 무료 상영으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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