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뛰어들기 전에 자신이 신었던 것을 가지런하게 놓고 갈까? (중략) 그녀가 뛰어내린 곳에 있는 신발은 생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하다.

-황지우, "신벗고 들어가는 그 곳" 중 가장 편안한 공간이라는 자궁에서 벗어난 순간부터 역사상의 인간은 "신발"로부터 자유로운 적은 없다.

그래서일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이아손 이야기에는 신발에 대한 깊이있는 시선을 읽어낼 수 있는 단서가 담겨져 있다.

이아손은 그리스 땅의 "이올코스"라는 평화로운 나라의 왕자로 태어났다.

하지만 아버지의 배다른 아우인 삼촌 펠리아스의 계략에 의해 펠리온 산으로 버려진다.

15년이 흐른 후 이올코스에 "모노산달로스가 산에서 내려와 아올코스의 왕이 된다"는 소문이 퍼질 때 청년이 된 이아손은 이올코스로 내려온다.

이올코스에 오던 중 강을 건너며 왼쪽 신을 강물에 띄어 잃어버린 이아손은 후에 콜키스 공주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왕의 자리에 오른다.

이에 대해 신화전문가 이윤기씨는 "모노산달로스는 즉 모노(mono-하나), 산달로스(가죽신)의 뜻으로 외짝 신 사나이"아는 뜻이라며 "신발 한 짝을 강물에 떠내려보내는 순간 우리는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을 찾는 존재들"이라고 설명한다.

생을 마감하기 위해 옥상에서 뛰어내린 사람도 그 뒤를 돌아가 보면 신발은 가지런히 놓여있다고 한 시인은 말하고, 동화 속 "신데렐라"도 자신에게 꼭 맞는 유리구두로 인생의 변화를 맞이한다.

"신발로 가정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는 말이나 이별을 하거나 재회할 때 "꽃신 신고 간다" 등 신발에 관한 언어, 그리고 임산부들도 아이 낳으러 가기 전에는 신발을 정리하는 버릇 등은 우리들의 발에 늘 따라 다니는 신발이 바로 인간의 삶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일부일 수 있음을 나타낸다.

강물에서 신발 한 쪽을 잃어버리면 당장의 내 위치와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신발은 땅을 밟고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기본적인 것이자 결국은 땅으로 되돌아갈 우리 인생의 "길 안내자" 이다.

신화는 바로 이 신발에 대한 낯설지 않은 인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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