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야, 언제까지 울기만 할거냐!
홍도야, 언제까지 울기만 할거냐!
  • 이대학보
  • 승인 200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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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을 훔치며 눈물을 닦는 순정파 여인과 출세를 위해 배신도 마다 않는 남자가 검은 휘장의 무대에 선다.

구성진 노랫가락으로 읊는 심금을 울리는 사랑과 배신···. 일상적인 사랑과 이별에 우리가 한방울의 눈물을 흘렸다면 우리는 악극에 무대의 연기자보다 더 "진한" 눈물을 쏟아낸다.

흘러간 옛 노래에 드라마를 입힌 공연장르 "악극"이 젊은 세대에게는 어쩌면 이수일과 심순애가 두통약, 햄버거를 선전하는 촌스러운 광고 이미지처럼 다가올런지 모른다.

그러나 "무너진 사랑탑아"를 비롯한 악극·향수극들은 올해도 무대에 올라 많은 노년층 관객들을 맞아 연극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었다.

"애수의 소야곡"을 기획했던 세종문화회관의 김경태씨는 "효도상품으로 개발된 측면이 큰 만큼 노년층 관객이 주를 이뤘다"고 전한다.

그런만큼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관거에 대한 세월의 향수로 기울어지게 된다는 것. 그의 말대로라면 천막극장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는 악극은 마땅히 문화를 즐길 공간이 없는 노년층 문화부재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연극평론가 송애경씨는 이런 점을 꼬집어 문화상품으로서의 악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악극은 9년 전부터 해마다 설이나 추석에 공연되는 상품의 측면이 크다"며 "젊은 계층이 "닭살 돋는다"라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예술성의 재고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돈 때문에 사랑을 포기한다는 시나리오나 인기 탤런트로 구색맞추기 등 "우려먹거"로 인해 더 이상의 새로움을 찾기 힘들다는 것. 게다가 악극이 MBC나 SBS등의 방송사와 극단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방송사에서 해마다 진행하는 사업상의 방송사 계획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빈 좌석 없는" 흥행만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대학로에서 자본과 관객의 이중으로 소외받고 있는 순수연극에 비해 악극은 예술성의 이유가 아닌 텔레비젼에서 광고를 띄우는 덕에 인기있다는 논리다.

연출가 김정숙씨 역시 "상업성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악극의 탄탄한 극본과 음악에 대한 질적 고민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한다.

노년층에게 익숙한 옛 분위기만을 담는데 치중한 알맹이 없는 극본이나 작곡자들의 폭이 좁은 것도 악극의 현실. 이런 상황에서 악극의 흘러간 시대에 대한 그리움인 "향수"가 새로운 방식의 예술성으로 자리잡지 못할 경우 그 때 그 시절을 알리 없는 세대에게 외면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정우숙 교수(국어국문학 전공)는 "지금의 악극을 단순히 통속극의 시선에서 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B급예술이다", "노년층연극이다"라는 시선이 아니라 악극의 소재·영향·관객 등을 두루 살펴보자는 것. 따라서 노년층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극이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화두를 악극에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악극에서는 빠르게 가는 시대의 메마름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인 정서를 발견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향수"란 문화코드가 오히려 새로움을 찾는 방식이 된다면 "최루성 눈물"이라는 일시적 감정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대가 즐길 수 있다는 것. 연극평론가 송애경씨는 "최근 미국, 영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공연도 60년대 옛 그룹 "아바"의 히트곡에 창작 시나리오를 담은 것"이라며 악극도 "한국 뮤지컬"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중국의 전통으로 자리한 "국극"이나 동화·젊은 층의 생활까지도 그려내는 일본의 가요와 극이 혼합된 "다카라츠카"···. 우리의 정서를 잘 대변하는 색깔있는 장르로 발전하기 위해 악극을 향한 관심과 악극 모두 막을 내려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