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에 나타나는 ‘웃음’과 ‘눈물’의 의미에 대하여 ‘그들은 커다랗게 웃는다.

너무 웃어서 나온 눈물 자국을 닦기 위해 스웨터 자락을 눈에 갖다 댄다.

그러다가 갑자기 소파에 쓰러져서는, 눈물을 닦아내려면 두 손을 다써야 할 만큼 울어버린다’ “토니 모리슨 소설 「재즈」중” 침묵과 언어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의 응결체인 눈물과 웃음, 눈물과 웃음은 예술적 상상력으로 녹아들어 연극, 코미디, 음악, 현대 미술 등 다양한 예술증르로 표현돼 왔다.

멜로, 코미디, 블랙 코미디, 엽기 코미디 등 셀수 없으리만큼의 많은 예술 장르가 ‘웃기는냐, 울리느냐’를 기준으로 가자를 뻗고 있는것은 웃음과 눈물이 인간의 모습을 가장 절실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웃음과 눈물은 삶과 예술 사이를 왕래한다”는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말처럼 웃음과 눈물이 ‘예술’로 존재할수 있는 것은 ‘인간적인 것’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는 까닭이다.

이런 점에서 주철환 교수(언론홍보영상 전공)는 “TV에서 방영되는 코미디 역시 자연스런 일상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남의 신체르 ㄼㅣ하한다거나 무작정 엎어지고 때리는 개그는 냉소적인 잠깐동안의 웃음을 유발할 뿐 인간적인 감동을 일으킬 수는 없다는 것. “‘입 큰 개구리 시리즈’, ‘덩달이 시리즈’,‘3행시 짓기’ 등 유머의 사회적인 트렌드는 뚜렷하게 사회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주철환 교수의 말처럼 웃음과 눈물은 우리 삶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때로는 웃음이 눈물보다 깊은 슬픔을 드러내고 있는것은 ‘웃음’이 바로 우리의 아픈 현실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80년대 유머로 통하는 ‘억울하면 출세해라’라는 유행어는 연줄이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었던 그 당시의 서글픈 현실을 거울처럼 비춰낸 것이며 가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쪼만한 이쁜이와 경석의 ‘울엄마’도 IMF 시대에 공감을 얻었다.

그런 면에서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여자만세’의 작가 박예랑씨는 “때론 코미디가 멜로보다 슬픈 현실을 더 잘 전달한다”고 말한다.

남자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이후 신혼여행까지 따라가는 드라마 안의‘노처녀’나 조립 나사를 조이다 기계의 엄청난 속도에 빨려들어가는 ‘찰리채플린 코미디’를 보면서 우리는 그 황당무계함에 웃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언뜻 보면 가벼워 보이기도 하는‘웃음’안에는 어둡고 슬픈 현실을 비틀어 빚어낸 진실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일상을 투명하게 비춰내는 일기와 같은 역활을 한다.

눈물 역시 웃음과 마찬가지로 각기 다른 사회적인 트렌드를 지니고 있다.

안뱅상 뷔포의 ‘눈물의 역사’에 따르면 18세기 유럽에서는 살롱에서 고상한 독서를 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자기존재를 드러내는 것으로 찬양받았고 19세기의 눈물은 감정의 고뇌를 절제하지 못하는 불안과 동일시됐다.

‘눈물의 역사’의 엿가 이자경씨는 “눈물과 웃음은 일상의 감정을 동반한 세밀한 변화”라며 “웃는 사람과 눈물 흘리는 사람을 구분하는 경계는 그다지 확고한 것이 아니다”리고 전한다.

눈물과 웃음의 생리적인 경계는 분명하다 할지라도 일상에서의 웃음과 울음은 삶을 이루는 양 극단의 경꼐가 아닌 내부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슬픈 내용의 예술을 접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 또한 단순히 ‘슬픈’시간을 간접 체험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는 것’이 ‘웃고 있는’순간의 즐겁고 가벼운 마음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만큼의 감동이 가능한 것이다.

정우숙 교수(국문 전공)는 “눈물과 웃음이 반드시 섞여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비극의 무거운 분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서 중간에 웃음의 장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즉, 사람들이 자연스레 상황을 받아들이고 공감하려면 ‘웃음과 울음의 변주곡’이 우리 현실과 조화롭게 맞닿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TV에서 불 수 있는 상대방을 때리기만 하는 ‘슬랩스틱 코미디’나 자극적인 ‘엽기 코미디’·‘약속’, ‘편지’등의 최루성 멜로는 한때 주목을 끌기도 했지만 결국 이분법적으로 웃음과 눈물을 분리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기지는 못한다.

우리가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슴 뭉클한 눈물을 흘리고 어처구니 없는 실수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는 것처럼 삶의 파노라마는 눈물과 웃음이 맞닿는 바로 그 지점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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