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얀 먼지를 털어내고 감추어진 새로움과 마주하다
뽀얀 먼지를 털어내고 감추어진 새로움과 마주하다
  • 이대학보
  • 승인 200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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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연필깍기나 불량식품의 대명사 ‘쫄쫄이’, 빨간 돼지 저금통이 화제가 되고 미술관에서는‘국사 교과서 하’전시회가 열린다.

‘올해 복고 바람이 불고있다!’라는 일간지 기사나 뉴스가 혹시 작년, 제작년에도 보았던것은 아닌지. 이제 우리에게 새로운 것은 복고가‘붐’인 형상보다 복고가 만들어내는‘오래된 새로움’일런지도 모른다.

금호미술관 큐레이터 신정아씨는“복고는 옛 것을 그리워하며 편안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복고의 인기를 설명한다.

생활이 점차 안정되면서 과거를 돌아보고 향유할 여유가 생기게 됐고 이제는 과거를 보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최근 홍대앞이나 명동 회현거리의 LP레코드 가게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 대표적인 예다.

LP레코드 점 ‘메타복스’의 조현식씨는 과거에 유행했던 특정 가수나 음악 장르의 LP레코드 음질 자체의 옛 분위기가 좋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기계적인 성향이 약하고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LP의 음색에서 사람들은 마치 익숙한 소리를 득는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최근 LP레코드 붐에 대해 이야기 하는것. 회원수가 7백만명에 이르는 동창찾기 사이트‘아이러브스쿨’이나 핸드메이드 제품, 접어있는 바지와 튀는 칼라의 두건 등 우리 일상에서 쉽게 마주치는 것들에서도 복고적인 취향을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신이 그리워하는 지난 시간에의 추억과 복고풍의 물건들을 통해 단순히‘향수를 느끼기 만’만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문화평론가 이원재씨는“복고는 디지털 시대에서 생겨난 아날로그적인 취향”이라며“낡은 옛 물건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체취를 선호하는 것은 디지털사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복고를 찾는 심리 뒤견에는 현실을 부정하고픈 욕구가 있음을 설명한다.

복고풍 그림인 이발소에 걸린 밀레의‘만종’을 비롯한 가짜 눈썹을 인형처럼 높이 올리는 촌스런 느낌의 화장 등도‘진품이 아닌, 화려한’의 뜻을 지닌 키치와 맞닿은 면이 있다.

영동대학교의 오창섭 교수(시각디자인 전공)는“새로운 것을 통해 결핍된 심리를 채우려는 키치의 속성이 복고를 찾는 사람들의 심리와 같다”며“찬숙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외에 생소한 것을 다루는 키치적인 복고는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은 욕구”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시대와 부조화를 이루는 촌스럽고 특이한 옷차림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세상에 드러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피카츄나 키티 등의 캐릭터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집착한 것도 현재의 내가 아닌 과거에 존재하는‘어린 나’는 이미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복고에서 우리는 새로운 것들을 끄집어낼 수 있다.

이것은 다량 복제폼이 난무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새 것’의 자리를 역설적으로 ‘헌 것’이 차지할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낡은 간판과 오랫동안 사용했던 할머니의 바느질 골무를 기억하는 것은 정지된 대상에의 그리움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옛 시대를 전혀 겪지 않았던 젊은이들이 ‘별들의 고향’같은 옛날 영화 포스터나 ‘로봇 태권 V 주제곡’LP레코드에 보이는 관심에서도 우리는 복고라는 ‘Old’에서 다른 느낌의‘New’가 생산될 수 있음을 눈여겨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복고가 단순히 과거의 그리움을 충족시켜주거나 현대인의 도피 심리를 보상해주는 것만은 아니다.

여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이러브스쿨에 대해“진정 모교를 사랑하는 모임이 아니라 학창시절의 노스텔지어를 탐닉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들끓는 곳”이라고 웹진‘Cultizen’의 이영재씨가 말했듯이 우리의 과거는 정지돼 있고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현실과 다르게 포장된 유토피아의 공간으로 멈춰버릴 수 있다.

더 이상 과거의 추억은 일기장이나 빛 바랜 사진첩을 의식적으로 열어야 만날 수 있는 정지된 대상이 아니다.

낡아버린 과거의 흔적에서 우리는 오히려 일상에 신선함을 주는 새로움을 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