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아바타, 페이스 오프 등 분신을 만드는 현상 해석

"거울 속의 나"는 나와 악수할 수 없었다는 것도 이제는 옛말인가? 이제 "현실의 나"는 끊임없이 나를 드러내기 위하 "나의 분신"을 만들어 마치 동반자처럼 만나고 있다.

학교 앞의 "스타샷"을 지날때면 볼 수 있는 연예인 같은 스티커 사진, 여자인 내가 남자로 혹은 할머니로도 될 수 있는 아바타의 모습. 모두 거울 속의 우리들이 아닐까? "분신을 만들고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심리는 감성중심적인 탈 근대사회에서 "몸담론"이 뜨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이 두 공간을 넘나 드는 광범위한 문화현상으로 나타난다"고 문화평론가 이원재씨는 말한다.

다양한 범주 안에서 생겨나는 "나의 분신"은 나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의 표출과 가상의 만족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이 각기 다른 모습들을 내비치게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원재씨는 "현대 사회에서는 스타가 아닌 이상 자신을 표출하는 개인적 욕망으로부터 대다수 소외되어 있다"고 말한다.

결국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제 2의 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인기인 것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그만큼 사회적으로 억압받아 왔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 속에서 사진 작가 원종란씨는 "스티커 사진 등의 이미지가 강하다면,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죽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한다.

화려한 웨딩사진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 현실에서의 결혼제도를 둘러싼 환상이 그 기반을 잃고 있음을 드러내며, 우정을 과시하며 찍은 스티커 사지 한 장이 언젠가는 놓칠 수 도 있는 우정의 죽음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원종란씨는 "이미지는 부재하는 대상의 증거이고 이는 동시에 부재를 은폐하는 기능도 한다"고 말한다.

즉 사진이나 아바타 등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이미지가 사회적 존재를 입증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의 이미지를 보며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대부분 스티커 사진을 보며 실제보다 내 눈이 크고 빛난다고 생각하고, 아바타의 춤을 잘 추는 내가 진짜 나일지도 모른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거울보기의 단계가 요즘 인기인 이미지 사진이나 아바타에 나타나는 것 같다"는 우리학교 최샛별 교수(사회학 전공)는 철학자 라깡의 이론에 빗대어 이 현상을 설명한다.

자궁 속의 인간을 가장 완벽하게 보았던 라깡은 우리가 끊임없이 그 완벽한 자궁의 세계를 추구하며 살게 된다는 것이다.

최샛별 교수는 "객체가 된 자아는 결핍된 내부의 상황을 채우기 위해 외부에서 절대적인 만족 상태를 찾고자 한다"면서 "이것은 사회가 원하는 상징화된 체제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원종란씨 역시."사회가 워하는 스타의이미지나 고정적인 여성의 역할 등 상징적 코드에 자신의 이미지를 끼워맞추는 것은 스테레오 타입의 반복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바타의 경우는 이 중에서도 긍정적인 의미를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이원재씨는 "아바타는 자신의 육체의 흔적을 지우고 대신 원하는 자아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며 아바타가 신체적 결함을 지닌 사회적 약자들이나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것이라고 말한다.

덧붙여 그는 "요즘 유행하는 자신의 신체 일부를 판형으로 뜨는 FAce-off에서도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욕구와 흔적을 지우고자 하는 두가지 욕구의 혼합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내 신체의 일부를 찍어 청동 등의 판형을 뜨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도 원본을 중시하는 아날로그적인 취향에 대한 그리움의 상호작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본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은 곧 스티커 사진이나 아바타가 가지지 못한 실체로서 정체성을 형성하게끔 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인 억압과 자아의 표출이 혼재되어 있는 나의 분신들은 직접적인 내가 아닌 상상 속의 완벽한 이미지로서 다양한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 노릇을 하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거울 안의 나를 응시하면서 또 다른 나의 분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현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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