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의견을 서슴없이 말하는 것이 가능한 인터넷 공간, 그래서일까? 안티사이트들이 눈에 띄는 것도, 최근 언론에서는 안티 사이트들의 인기를 집중 조명하고 금주의 인기 안티사이트를 알려주는 순위 사이트마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인터넷 상에서 반응하지 않으면 자신과 다른 의견에 동조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는 문화미디어 사이트 ‘컬티즌(http://www.cultizen.co.kr)’의 한정수씨 말처럼 인터넷에서는 더이상 ‘침묵은 금이다’라는 명언은 먹히지 않는 듯 하다.

인터넷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자신의의견을 피력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자신의 의사표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수많은 의견들 속에서 자신의 의사와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 조희재씨는 “이런 현상 속에서 가장 자신의 주장이나 원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말하는 방식이 ‘No’혹은‘Anti’임을 네티즌들이 간파한 듯 하다”고 말한다.

네티즌들은 단순히 부정의 뜻으로 ‘No’,‘Anti’를 외치는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나름의 방식을 택해 안티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영화를 보면 바람을 타고 분노가 춤을 춘다’는 슬로건을 내건 ‘안티 비천무 사이트’는 단순히 영화가 싫어서 영화 자체만을 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그 반대 그부에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영화가 원작인 만화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진자 그들은 원작 만화가 좋은 이유를 들어 설득하는 대신 “강한 설리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영화 속 여주인공에 게는 화려한 장신구와 나약한 눈물만 남았다”는 식으로 영화 ‘비천무’를 따갑게 비판함으로써 오히려 김혜린 원작의 만화 입지를 견고히 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 패러디를 통해 획일적인 사회에 대한 안티를 거는 이들도 있다.

그런점에서 ‘딴지 일보(http://www.ddanzi.com)’는 패러디를 표방한 안티세력의 대표적인 매체라고 할 수 있다.

편집장 김도균씨는 “기득권층을 꽈서 우습게 희화하거나 삐딱하게 보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상을 부각시킨다”고 말한다.

이렇듯 안타사이트들이 모두 같은 성격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안티사이트들은 단순히 안티의 대상을 욕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시민사회적인 참여의 확대를 촉구하는 경우도 있다.

또 내 취향을 확고히 하기 위해 연예인 등의 다른 대상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각기인 안티사이트들도 결국은 자신이 싫어하는 대상에 대해 발전적인 대안없이 불만과 불평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안티사이트 ‘불만공화국(http://www.bullman.co.kr)’의 운영자 편경애씨는 “네티즌들이 아직은 불평을 거칠은 욕설로 도배해 글을 올리는 데 그친다”며 “합리적인 근거를 댄 비판도 앞날의 대아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안티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나는XXX가 싫어’라는 식의 표현이 가장 효과적임을 주목하고 모인만큼 약간은 거칠고 극단적이 표현으로 ‘No’라고 말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No’라고 말하는 그들의 거친 표현에 주목하기 보다는 이들이 무엇을주장하고 왜 안티의 표현방식을 선택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야만 ‘No’라는 말이 나를 드러내는 효과적인 표현일 수 있다는 안티사이트의 존재 이유에 대한 끝없던 의문이 풀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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