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웹진" 두고보자"

만화책에 등장하는, 터질듯한 근육으로 툭!하면 옷을 찢고 눈에는 뭐든 부셔버릴 듯한 불길을 지닌 근육맨. 원초적 힘과 예쁜 여자친구 그리고 주변의 무조건적인 후원과 복종. 이러한 근육맨의 공통사항을 남성문화가 지배해 온 우리 사회에서 찾는다면 만화의 "가벼운 미학"을 거스르는 태도일까?꼬맹이 시절에나 잠깐 상대했던 "코흘리개 문화"로 가치폄하 되어온 만화. 그러나 이런 시선은 월간 만화비평 웹진 "두고보자"에게는 다른 얘기다.

사실 "두고보자 편집팀은 지난 7월 부천 만화 정보센터의 지원으로 창간돼 주목받았던 만화비평 웹진" 고구마 1호"의 제작진이었다.

그들은 만화가 고유한 표현양식으로 존중받기 위해 극복해야 할 벽을 몸소 체험한 장본인들. 공공기관의 지원 아래 경제적 고민없이 제대로 만화계 현실 비판과 따끔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두고보자" 편집장 김낙호씨는"내용 자체에 대한 압력을 받았을 뿐 아니라 단지 행정상의 문제만으로 모든 원고를 넘긴 후에도 발행이 2개월이나 늦어졌다"고 말한다.

결국 그들은 "돈도 빽도 없이" 과감한 독립을 택했다.

완전한 출발선이 아닌 만큼 0호의 개념으로 고구마의 구성을 그대로 이어온 "두고보자 0호"는 만화를 통해 척박한 사회현실을 비판하려는 의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만큼 "만화는 독자적인 시선을 담아내는 매체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이 "두고보자"의 풍부한 콘테츠 안에 녹아있다.

"만화 VS 망가"코너에서는 망가로 불리는 일본만화와 한국만화의 두 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원장 딸 숙이를 그리워하는 외로운 독고탁과 고독한 영웅 야부키 죠를 통해 정서의 차이에서 생겨난 삶의 단면을 비춰 두 나라 만화를 보는 각도를 새롭게 한다.

또하 자유로운 형식과 토론으로 만화 안의 숨겨진 인식이나 이데올로기를 점검하는 "담대한 대담"은 이번호에서 "럭키 짱" 과 같은 작가 김성모의 100% 남자 만화에 대해 "맨날 웃통만 벗으니 만화에 색깔 넣으면 완전히 살색 밖에 없을 지경"이라며 남근 중심적인 시각을 비판한다.

이렇게 만화가 사회를 읽는 코드로 확장되는 것은 황미나의 [우리는 길 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를 평한 "코미데올로기"에서도 볼 수 있다.

"이혼, 가출, 분노 등...황미나가 그리려고 했던 것은 사회의 억압적인 구조 아래서 소외되어온 것들"이라며 불온하다 여져기는 것들은 만화에 넣는 일 자체가 반역이었던 검열의 시대를 짚어보기도 한다.

그들은 이러한 비평에 그치지 않고 사회참여적인 소리내기에도 힘쓴다.

"만화탄압 규탄대회를 다녀와서" 에서는 "7월23일에 있었던 규탄대회에서 한번도 싸운적 없는 양들처럼 손뼉치고 파티하는 것"에 머문 소극적인 만화인들의 태도가 변해야 함을 힘주어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음지의 만화"에서는 해적판의 역사를 샅샅이 파해침으로서 취약한 투자로 큰 돈을 별려는 상업성, 유통구조 상의 문제점 등을 이야기한다.

"두고보자"의 자유분방한 구성이 오히려 통일성을 떨어뜨리고 산만한 느낌을 준다는 평가도 있지만 다양한 담론들이 오고갈 수 있는 생산적인 분위기, 생각의 가지를 쳐내지 않는 자유로움은 그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리게 한다.

불량식품만 같던 만화를 통해 색다를 세상을 보고 싶다면 웹지 "두고보자"의 만화를 보는 무한한 시선으로 빠려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지! 현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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