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가를 어떻게 보낼까? 가까운 A복합빌딩엘 간다.

영화관도 있으니 영화를 한 편 보자!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영화를 보고 나오면 가까운 곳에서 밥을 먹게 되고 슬슬 걷다보면 어느새 난 악세서리 하나를 충동적으로 구입하고 있다.

이번 주말도 이렇게 보냈군…. A 복합빌딩에만 오면 늘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

× × × 상영관이 17개나 되는 극장, 각종 음식점과 쇼핑몰, 오락시설과 대형서점은 물론이고 대형수족관에 김치박물관까지 한 건물에…! 불과 2∼3년전만 해도 낯설었을 이야기지만 이제는 오히려 익숙하게 들리지는 않는지. 이번 5월에 새로 생긴 코엑스몰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복합공간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80년대 파리를 중시으로 널리 퍼졌던 복합영화상영관이나, 90년대 초 미국과 일본에서 성행했던 테마파크 등 복합문화공간은 세계적 추세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느 ㄴ복합문화공간은 십여개의 상영관을 갖춘 극장과 이를 중심으로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들을 한데 집약시키는 방식은 현재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복합문화공간의 형태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복합문화공간을 두고 패션평론가 박혜열씨는“애초에 생겨난 복합문화공간은 대중의 다양한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고자 생겨난 것이었다”고 말한다.

문화가 세분화되고 다양해질수록 대중들은 그만큼 많은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복잡한 기호를 갖게 된 것이다.

결국 여러 문화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것이다.

여러 분야를 한 공간에 집야시키는 복합문화공간은 바로 이대중의 욕구가 투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복합문화공간에 대한 요구로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공간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예술의 전당’이 그 원론격이라 할 수 있다.

한 건물 안에서 모든 장르의 문화예술을 공연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예술의 전당’은 정부에서 만든 만큼 주류문화의 흐름을 주로 담아내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를 시작으로 가나아트센터, 아트선재센터 등 부족한 문화공간에의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다기능 문화공간이 생겨나고 연강홀이나 동숭홀같은 각 계층과 장르르 모두 담아낼 수 있는 곳도 생기기 시작했다.

과거의 문화와 현재의 문화가 혼재하고 있는 곳인 인사동이나, 카페와 갤러리의 결합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홍대 앞의 공간들도 역시 복합문화의 성격을 끌어안고 있는 곳이다.

다른 분야와 장르, 내용의 문화를 묶어내는 이러한 하나의 복합문화공간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도 한다.

문화평론가 권경우씨는“여러가지 문화를 동시에 체험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문화적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가력 대학로는 춤, 노래를 동시에 즐기고 전시르 ㄺㅏㅯㅏㅇ하기도 하며 혹은 전시하거나 직접 공연하는 등 다양한 문화경험을 한자리에서 가능케 하고 그 자체로 아주 새로운 문화경험을 주 수 있는 공간이다.

즉 우리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문화를 이를 통해 만나고 만들어낸것이다.

새로운 문화생성의 가능성은 곧 복합문화공간이 대안문화공간의 역활을 담당하기도 함을 의미한다.

홍대 앞의 loop의 경우처럼 복합문화공간의 기능을 하는 공간은 기존의 주류문화와 차별되는 새로운 대안문화공간의 역활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상업적 성격을 지닌 복합문화공간이 새롭게 등장하고 또한 빠르게 성장하면서 최근 우리의 복합문화공간에서는 상업적 공간이 대안문화공간보다 오히려 더 중심적인 세력을 형성하게 됐다.

대중의 욕구를 최대한 이끌어내 소비로 연결 시키는데 있어서 복합문화공간은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게 된것이다.

단지 운동에 필요한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닌, 직접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음악을 곁들인 짧은 영화를 상영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크게 호응을 얻은 80년대 미구그이 나이키 매장은 그 대표적이 ㅧㅏ례라고 할 수 잇을 것이다.

“다양한 욕구만큼이나 많은 소비를 가능케 하는 마케팅전략이 자꾸 생겨나는 것도 바로 복합문화공간의 형성과 무관하지는 않다”고 박혜열씨는 말한다.

이러한 대자본의 복합문화공간은 아무래도 기존의 복합문화공간과 달리 문화끼리의 접합이 아닌 문화와 상업의‘복합’을 시도하게 된다.

따라서 대자본의 복합문화공간은 소비문화공간이 모두 결집된, 한마디로 소비문화의 장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대자본이 만들어낸 복합공간은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의 문화행동을 일정한 패턴 안에 가둬놓는다.

영화를 보고 밥을 먹는 순서의 코스를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또 그렇게 행동하는 우리의 모습은 대자본의 복합공간 안에서 보이지 않는 지배를 받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영화관과 쇼핑몰과 음식점이 한데 모여있는 건물 안에서 우리가 사고하고 결정할 수 있는 문화행동은 이미 정해져버린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복합영화상연관이라고 하지만 실은 영화관에서 상영해주는 영화만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받고 있는 공간으로 부터의 지배를 말해주는 단적인 예이다.

즉 자본이 만들어낸 복합문화공간이 위험성을 지니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문화평론가 권경우씨는“그러나 자본과 문화의 결합은 현대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인만큼 자본의 지배 역시 우리가 감수해야할 부분”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자본과 대중의 욕구 사이에서 문화 양상을 다듬어 나가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복합문화공간은 우리의 삶 속에서 이미 녹아있는 현상이기에 우리를 가장 새로운 문화 창출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여러 분야가 혼재된 문화의 그릇 속에 앉아있는 당신, 지금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