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목) 한낮, ‘봉산탈춤’이 벌어지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야외 공연장이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입에선 ‘얼쑤’하는 추임새가 절로 나온다.

공원을 한바퀴 돌아온 길놀이에 이어 본교 민속극연구회 ‘탈’명지대학교 ‘탈터사랑’등 4개 대학 탈패가 연합해 공연한 무형문화재 ‘봉산탈춤’이 이순간만큼은 관객들에게 살아 숨쉬는 ‘유형’이 돼 다가온다.

‘관객이 찾아 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우리가 관객을 찾아가자’87년 결성된 후 올해로 9살을 맞은 ‘서울지역 대학생 탈패협의회(서탈협)’사람들은 몇년간 별러오던 ‘제 1회 대학마당극 한마당(한마당)’을 19일(목)~21일(토) 대학로의 열린 무대에 올렸다.

3일간 하루 약 네시간씩 벌어진 한마당은 풍물판굿·전통탈춤공연·창작마당극·대동놀이 등으로 진행됐다.

서탈협 소속 탈패는 현재 약30개에 이르며 각 패마다 이름과 성격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은 ‘탈’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70년대 탈춤부흥운동시기부터 지속된 전통문화에 대한 고민을 모아낸다.

서탈협 의장 장세철군(한양대 경영·4)은 “87년 각 학교마다의 분산적인 문예운동 움직임을 함께 모아보고자 서탈협이 출범했으며 지금은 공동전수 등을 통한 기량향상과 더불어 창작극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고 서탈협을 소개한다.

이들이 공연하는 마당극은 대부분이 창작극이다.

서탈협 창작국장 김라연양(서울여대 식품미생물공학과·4)은 “탈공연하면 얼핏 ‘그거 신기한데’혹은‘어차피 고루하고 재미없어’라는 말들을 하죠. 하지만 창작극 대본에 있어서 학생들이 어떤 관심을 가지는지 설문조사를 한 후 극에 반영하는 패를 비롯해 대학 탈패다운 문제의식을 극으로 풀어내려 노력하죠”대부분의 탈패는 봄·가을 두번의 정기공연에 마당극과 탈춤을 번갈아 올리게 된단다.

그들 극의 내용을 보면 90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학생운동에서의 이슈, 미디어 속에서 개체화된 현대인 등 현실의 갈등을 소화해냄은 물론이고 공연을 위한 극보다 ‘대학인’에 방저을 찍는 생각들을 극에 녹아들게 노력하는 모습이 드러나는데. 서탈협에서는 이번 한마당에 올릴 각패의 공연을 위해 봄각 학교의 대동제 및 정기공연 시기에 예선작을 심사했다.

엄정한 평가를 거쳐 선별된 패는 고려대 ‘탈·사랑·우리’, ‘하날다래’, 서울교육대학교의 ‘탈사랑’세팀이라는데. 특히 ‘탈·사랑·우리’가 고연한 ‘파란’은 ‘동성애’ 역시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와 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극중 인간이 아닌 ‘알’을 낳았다는 이유로 사또에게 억압받는 새댁을 통해 전달되며 여기서 ‘알’은 생명을 생산 할 수 없는 ‘동성애’를 상징하고 있다.

힘든 점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본교 민속극연구회 ‘탈’회장 정윤주양(비서·2)은 “96학번 부터는 탈패에 들어오는 사람이 줄어들어 인원도 문제지만 이화내에서 ‘탈’의 공연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항상 연습하고 움직이는 탈의 모습을 워크샵과 공연을 통해 많은 이화인에게 알리고 싶다고도 덧붙인다.

“과거 문예운동이 활발했을때와 비교해 현재 마당극의 쇠퇴가 낯설지 않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개별적으로 흩어진 대학사회에서 ‘대학문화는 어떠어떠해야한다’라고 관념적인 정의는 할 수 없는 문제죠 ”라며 “그러나 대기업에서 지원하는 수다한 연극제나 공연들 가운데 서탈협이 느끼는 작은 자부심은 자금부족 등의 열악한 상황에도 끊임없이 지치지 않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보려는 의지”라고 장세철군은 말한다.

이번 한마당 공연에서 박수치고 장단 맞춘 관객들에게 연희자는 무엇보다 큰 힘을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탈패가 바라고 있는 공동체 놀이로서의 ‘두레’란 바로 이러한 열린 공간에서의 소통이 아닐까? 무형이 유형화도면 이는 이어나가는 힘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관객이 극을 지켜보는 것만이 아닌 신명나게 놀아보는 마당, 그 속에서 그들이 바라는 대학과 사회에 대한 고민이 대중들에게 스며들기를 바라는 서탈협사람들의 제2회 공연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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