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에 찬 중국의 모습 이번 여름방학 동안 나는 중국연수라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중국! 말만 들어도 내게는 그저 막연하고 멀게만 느껴지던 나라였다.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거대한 땅덩어리와 인구를 보유한 미지의 나라였다.

그러나 그 곳을 다녀온 후, 그 거대한 대륙의 나라는 내가까이에서 숨쉬게 되었고, 그 나라에 대해 뭔지 모를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한 애정을 가지게 된 데는 한 중국청년을 통해 알게 된 「중국」이 큰 역할을 했음은 당연하다.

중국의 3대 도시중의 하나인 상해에서 함께 여행하던 우리 일행은 다섯시간이라는 소중한 장쥬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때 나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우연히 한 중국인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집 밖 의자에 앉아 영자 신문을 읽고 있는 한 청년을 보고 우리는 그와 얘기하고 싶어 다가갔더니 그가 선뜻 자신의 집 방문을 허락한 것이었다.

기술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호텔에서 근무한다는 그 청년은 영어 구사가 매우 능숙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레(?) 중국사회 전반에 관한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 나는 그 대화 속에서 「중국인」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

먼저,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나에겐느 가장 큰 놀람이었다.

얼핏 보았을 때 그들은 정치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인민들의 소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느만큼은 자기 생활에 대해 만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는 청년의 말.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물질적 풍요는 인정하지만 그것을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중국인의 70~80%가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의 놀람은 더욱 커졌다.

또 하나, 중국인에 대한 새로운 사실은 그들이 순수하고 인간적이라는 점이다.

얼마전 상해에서 수해가 났을 때, 전 국민이 자신의 월급에서 얼마를 떼어 도와주었다는 것, 그리고 그 청년 가족들이 갑작스런 우리의 방문을 그토록 환대해주는 점에서 그들의 인간적인 따뜻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다섯명의 아가씨들 앞에서 긴장되어 보이던 그는 우리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해주었고, 기념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입던 옷까지 갈아입는 그런 모습에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이 진하게 전해져 왔다.

정해진 시간이 다 되어 우리는 그들과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골목까지 따라 나와 머쓱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를 뒤로한 채, 뉘엿뉘엿 해가 지는 상해의 거리를 나오면서 중국인, 그들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결코 높은 생활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생활에 만족하고 있고 순수하며 인간적인 그들의 모습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원래 유유자적하고 여유있는 그들의 민족성에서 기인한 것일까, 아니면 물질의 유혹없이 나름대로 체계가 잡혀있는 그들의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그들의 인간성이 보호받는 것인가? 아마도 이 문제는 쉽게 결론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중국인들과 접하며 연구와 검토를 해보아야 할 것이다.

한 중국가정의 방문이라는 소중한 경험은 나에게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던져준 셈이다.

김은경 독어독문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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