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단소불며 더위 식혀
수필- 단소불며 더위 식혀
  • 이대학보
  • 승인 199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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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목·무·황·태 단소 교재를 펼쳐본 친구의 첫 물음. 『너 한문배우니?』 피식 웃음을 지었다.

며칠전만해도 나 또한 그런 무식한(?)발언을 했으니까. 콩나물 대가리는 하나도 없이 한문만 빽빽한 악보를 보고, 이것으로 「연주를 해?」하며 의아해 했으니……. 타자·컴퓨터·시사영어…….학교 곳곳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특강이라고 붙어있는 자보들. 방학때면 으례히 신청해야만 할 것 같아, 무작정 신청을 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들과는 달리 신선한, 관심을 끌게하는 특강이 나로 하여금 이 더운 여름, 학생관 4층까지 더운줄 모르고 오르게 했다.

바로 소협에서 개최하는 단소, 수지침, 여성 특강 이었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적어도 우리 악기 하나쯤은 배우고 싶다는, 배워야 한다는 생각과 이전부터 우리 것에 관심을 갖고 장고, 북 등을 배우던 과친구들을 따라 신청하게 되었다.

외무고시를 준비하며, 외교관이 되었을때 우리나라, 우리 것을 알리기 위해 단소를 배운다는 당차보이는 정외과 친구, 역사 선생님이 되어, 역사를 가르치며 우리 악기를 학생들에게 연주해 주고 싶다는 예비교사 사생과 친구등……. 우리 것을 배우고자 하는 소중한 마음들로 모인 15명 남짓 되는 단소반 친구들은 얼마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정이 푹 들었다.

선생님도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 일꺼라는 잘못된, 근거없는 상상과는 달리 아주 젊은 강사였다.

그점이 더욱 호감을 끌긴했지만. 우리 악기에 대한 무한한 애정·애착을 갖고 잊혀져가는 잘못 전수되는 우리 것을 되찾고자 하시는 선생님은 불교의 인연설까지 들먹이시며 하나의 동아리처럼 단소를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뒷풀이, 인간 관계를 더 중요시 하신다.

이틀이 지나서야 겨우 소리를 낼 수 있는 정도였지만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단소의 발생 연도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조말에 만들어져 민간에 널리 애용돼온 악기라고 한다.

단소를 불때는 몸을 단정하게 바로 앉은 자세에 허리를 펴고 복식 호흡으로 아랫배에 힘을 주어야 하므로 올바른 자세를 배울 수 있다.

또한 단소소리는 산란하게 흩어져 있는 마음을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악기는 서양음악 같이 악보에 맞추어 그대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호흡에 맞게 흐름에 따라 연주하는 것이라 한다.

격식, 형식보다는 지나던 길 거리의 풀을 뽑아 구멍을 내서 불던 우리 선조들처럼……. 많은 학생들이 배우러 오지만 대부분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조금 배우다 그만둔다고 한다.

이것은 외래 문화에 익숙해 있고 새것에 민감한 우리때문일 것이다.

팝송과 가요에 찌든 귀를 씻어내는 작업이 필요한 때, 더위를 이기며, 새로운 인연으로 묶인 친구들과 열심히 배우고자 다짐하며 다음 말을 되새겨 본다.

「무의식적으로」빼앗겨 버린 우리의 것을 「의식적으로」되찾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을. 이상경 교심과·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