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춤으로 보여준 우리들의 해방 「깃발」의「땀, 눈물과 피 그리고 사랑」 유난히도 많은 젊음들이 사라져간 5월이다.

일상에 대한 끊임없는 탄압속에서 허탈과 무기력증에 빠져있을 수 있는 요즘, 건강한 몸짓으로 현실에 대한 고민들을 담아내려는 공연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금), 11일(토) 서강대 메리홀에서 있었던 노동자문화예술운동연합 풍물·총패「깃발」의 제3회 정기공연인 「땀, 눈물과 피 그리고 사랑」이 그것이다.

비조형적이고 비묘사적인 특성으로 이제까지 춤언어가 많은 이들에게 외면당한 점을 메꾸귀 위해서, 그리고 시끄러운 전자음 같은 양악의 배경음악 대신 풍물을 사용한 이번 춤판은 춤에 대해 이해가 없는 이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내용과 형식을 지녔다.

전체적으로 3부 9장의 틀로 구성된 이번 공연의 제 1장 「딸」은 생산의 진정한 의미와 일상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1인무를 통해서 보여준다.

몸전체를 마디마디 구분없이 유연하게 움직이는 전통춤의 특징을 살려 주위의 것들을 힘겹게 끌어들이고 올리는 동작은 한의 슬픔이 응축된 우리민족의 움직임이다.

특히, 헤진 장갑이라는 소품을 이용해 우리가 땀흘려야 하는 현실을 노동과 맞물려 효과적으로 묘사해내었다.

2장 「눈물과 피」는 암울하고 어두운 현실 속에서 눈물·피로 나타나는 투쟁을 통한 상징적 묘사가 진행된다.

무대위에 제단이 몇개 설치되고 그 위에 빈밥그릇ㅡ우리의 비참한 생존의 굴레ㅡ이 놓인다.

그리고 먹으려면 복종하라는 의미속에서 밥그릇이 팽개쳐지면서 두 팔을 위로 힘차게 뻗어오르는ㅡ부정이 강하게 표현되는ㅡ활기있는 춤사위는 강요당하는 복종을 거부하는 몸짓이다.

시선을 옆으로 향하고 어깨부터 흘러내리는 몸동작의 강약이 점점 예리해지면서 곧이어 가슴에서 붉은 천을 거내 몸에 감는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은 일어섬의 생기있는 구성은 앞날을 상징한다.

자기자신과의 우유부단함과 회의로부터 갈라섬을 보여주는 3부 「그리고 사랑」은 앞에까지의 고뇌하는 분산적인 사위가 이제 통일된 군무형태로 본격화되어 나타난다.

찢어진 붉은 깃발은 낡은 전망에 가리워져 절뚝거리는 발걸음과 비대칭적 군무를 통해 버려야할 유산이다.

이와같은 구성으로 40여분 동안에 진행된 이번 춤판은 깃발을 등장시키는 식상한 짜임새와 지나친 팔동작과 음악과의 불일치로 군더더기로 느껴지고 어색한 부분도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가급적 극적요소를 배제시켜 추상성을 낮추는 등 본질 파악에 있어 어렵지 않은 공연이었다.

특히, 풍물을 사용한 배경음악은 단순한 뒷배경의 구실이 아니라 춤과 일치된 춤의 시적구성요소로서 이 춤판의 중요한 정점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굳이 큰동작을 구사하지 않아도 풍물에 맞추워 어깨를 조금 움직이는 것만으로 의미전달이 가능했고, 암전처리에서 계속 연주함으로써 다음 장과의 연결이 자연스러운 풍물삽입이 탄탄한 극적 구성에 제몫을 해냈다.

춤언어가 다소 생경하게 느껴져서 선뜻 참여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자연스럽게 찾아갈 수 있는 이런 공연이 자주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천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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