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봄은 우리에게 있어서 새로움을 떠올리게하는 계절이다.

이런 봄 만큼이나 새롭고 싱그러운 얼굴들을 학교 곳곳에서 마주하게된다.

조금은 상기한듯한 표정들로「대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저마다들 분주한 신입생의 모습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미팅」에 관한 것이리라. 얼마전에 만났던 신입생들에게 물어보았다.

대학에 와서 가장 먼저 하고픈게 무어냐고 하니 멋진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이라고 하였다.

몇몇 남녀공학 고등학교를 제외하고는 국민학교 이후 남·녀가 격리된(?)채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받아왔고, 엄청난 입시 경쟁률때문에 공부 이외의 다른 곳에 신경쓸 여유도 없었는데, 그나마 자유롭다는 대학조차 여대인 탓에 남성이라는 새로운 존재에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으례히 미팅하는 날에는 여느때와는 다르게 곱게 치장을 하고, 새로운 만남의 상대자가 멋진 백마탄 기사이기를 기대하며 첫미팅 전날은 밤잠을 못 이루기도 하고……. 그러나, 판에 박힌 질문들 - 고향이 어딥니까? 형제는요? 과 선택은 어떻게 하셨는지? 좋아하는 음악은, 책은, 영화는…… - 로 두어시간이 지나고 나면 기대감 만큼이나 큰 실망감이 밀려 오겠지. 곰곰히 생각해 보자. 그러한 만남 속에서 우리가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말이다.

무의식중에 우리들은 미팅이라는 장소를 자신의 이상형을 찾는 곳으로 여기게 되고, 그 이상형이란 장래가 촉망되는 키크고 정도껏(?) 잘생긴 남자를 일컫는 것이 되어 버렸다.

마치 결혼상대자를 찾는 듯……. 특히 생활 속에서의 흥미나 성취감을 스스로로부터 찾아내지 못하고 그 누군가를 만나면 해결되겠지 하는 의존성 미팅 지향자들도 눈에 뜨인다.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모습일까? 대학이란 곳은 작은 예비사회이다.

사회 생활을 전반적으로 준비하는 곳. 때문에 대학에서는 넓게 보고, 넓게 듣고, 넓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까지의 교과서 중심, 그리고 나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교과서 밖의 세상을 그리고 나 이외의 사람을 접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대학이다.

그렇다면 미팅 또한 상대방을 아는 열린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흔히 미팅에서 그사람의 첫 인상으로 그사람 전체를 판단해 버리는 실수를 저지른다.

물론 이것은 한번으로 끝나버리는 시간적 제약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의 만남들 속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첫인상과 많이 다른 경우를 자주 보아왔다.

스스로, 자신이 자신의 첫인상 - 아무래도 여기서는 외모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 에 의해 판단된다고 가정해 보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미팅에서 기대하는, 말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이는 악의없는 사랑이란 지속적인 생활 속의 만남이 될때만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평소때와는 다른 화려한(?)모습을 미팅에서 보일 필요도 없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 마음을 열고, 같은 세대를 사는 젊은이들로서 함께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소재들 또한 얼마든지 많다.

미팅이 더이상 베일에 싸인듯한 신비 - 이것은 아마도 서로 다른 이성이라는데 지나친 강조를 준 탓인 것 같다 - 의 공간이어서는 안된다.

즉 만남이라는 그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되며, 그 만남을 더 넓게 생각하고 더 넓게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스무살의 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순수하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나이기 때문이다.

대학이 열린 공간이듯 미팅도 열린 공간이어야한다.

또한 대학이 스스로 열지 않는 한 열릴 공간이 될 수 없듯이 미팅이 생활 속의 인간대 인간의 만남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발전하는 대학인으로서 미팅공가늘 열 용기와 자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다.

생활의 동력은 자기자신으로 부터 얻으라는 것을. 곧 봄의 한가운데서 목련꽃이 피어나겠지. 하이얀 꽃망울이 탐스럽게 피어날 즈음엔 교정의 아름다움만큼이나 모든면에서 한층더 자란 신입생들의 자신에 찬 아름다움을 기대해 본다.

전수진 화학과 3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