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한국설학사상연구회 「삶,사회 그리고 과학」

철학이 없는 현실이란 맹목적일 수 밖에 없고 현실을 외면한 철학이란 공허한 현학적 언설일 수 밖에 없다.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이 새대에 있어서 철학의 현실의 삶과 치열하게 대결, 시대를 이끌어야 한다.

헤겔의 말대로 철학은 「시대의 아들」이다.

시대의 아들로서 철학은 단순하게 시대정신을 반영하는데 그치지않고 시대를 정확히 짚어내는 동시에 그것을 근거로 시대의 모순을 진단, 사회변혁의 방향을 제시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을 변혁하는 철학, 현실적 삶 전체를 반성하게해주는 매개로서의 철학교육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지껏대학에서의 철학교육은 대부분 서양철학사의 일부분을 공부하는것에 그쳤다.

물론 어떤 점에서 「철학은 철학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철학이라는 학문을 할때 철학사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 주에 2~3시간 한학기수업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철학사를 그 철학이 나오게된 상황과 관계없이 배우다 보니까 철학하면 의례 「삶과는 유리된 관념의 유희」라고 생각하게 되는 분위기가 생겨나게된 것같다.

원래 철학적인 물음은 언제나 인간의 삶의 구체적 상황에서 제기된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상의 제한 때문이든 역부족 때문이든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을 추상해버린 철학사를 배우거나 가르치는 것보다는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삶의 구체적 현장에서 제기되는 중요한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반성할 수 있겠끔 문제중심으로 철학을 재구성해 보는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나온 철학강의용 교재 「삶, 사회 그리고 과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해보고 그 문제들이 나타나게 되는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보여줌으로써 삶을 철학적으로 반성하게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이책은 삶과 죽음, 자의식과 욕망, 가족과 성 등 실존적이고 구체적인 물음에서부터(제 1부)노동, 자유, 정의, 국가, 이데올로기 등 이 땅의 젊은이들이 고민하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제 2부)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교재편찬위원회가 기획한 이 「삶, 사회...」는 기존의 철학교육에 회의를 품은 소장학자들이 철학사 위주의 철학교육에 도전, 오랜기간 동안 기획, 논의, 토론을 거치면서 의욕을 가지고 만든 작품이다.

13명의 소장학자들이 필자가 되어 다양한 주제들을 검토하고있는 이 책은 필자들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일관성을 잃지않고 있다.

여기에서 일관성이란 삶을 변증법적으로 이해하고 현실의 변혁과 전망을 현실적·물적 기반에서 실천적으로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완전하지는 않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는 탄탄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각 장의 구체적 주제들을 서술해들어가는 데에서는 방법상·체계상의 혼란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앞으로 계속 고쳐 쓰여질것으로 믿는다.

대학생들이 고민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풀어서 그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과 그에 대한 비판적 안목을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이땅의 철학을 삶의 현장으로 육화시키려는 시도를 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아무쪼록 이것을 계기로 철학이 『너무 어려워서 혹은 너무 현학적이어서 멀리해도 좋은 학문』이라는 오명을 벗고 삶 전체를 비판적·실천적으로 반성하게 해주는 학문으로서 인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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