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총련 신입생 위한 만화영화 제작

사회일각에서 우리 세대를 만화세대라 부를 만큼 만화영화와 더불어 우리가 자라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제 만화라는 매체는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어 절친한 친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만화영화들 대부분이 일본이나 미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꿈을 심어준다는 미명 아래 우리의 현실과는 유리된 오락적이고 환상적 풍토를 은연중에 유포시키고 있다.

만화매체의 폭발적 보급으로 그 부정적 영향 또한 커지고 있는 이때에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이하 서총련)이 우리의 문제를 담은 건강한 만화영화를 창작·제작한다는 다소 낯설지만 재미있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총련 문화국장인 서영수군은 『이 만화영화는 「91년 신입생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라는 고민속에서 지난해 여름부터 논의를 시작,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만화영화가 워낙 학생들과 친근한 매체이고, 음악·문학·미술 등 다양한 매체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여러 문예일꾼의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보고 만화영화제작을 계획하게 된 것이지요』라고 말한다.

25분짜리 비디오방송용으로 제작된 이 만화영화는 신입생의 올바른 의식화·조직화는 물론 만화영화제작을 계기삼아 고립분산적으로 흩어져있는 만화패 조직화의 단초를 마련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만화영화제작의 주체는 대학내 노래패, 만화패, 문학동아리 등에서 역량있는 문예활동가들로 구성되었다.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들의 역량을 투입해 소자본으로 만화영화를 만들자니 어려움이 뒤따르긴 하지만 기본 노래나 공연 중심의 관성적인 문예사업을 벗어나 만화영화라는 새로운 쟝르를 개척했다는 점에서는 높이 살만하다.

이 만화영화는 신입생환영회때 전국 대학에 보급될 예정으로 내용과 그림형식에서 우리의 토속적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전래동화인 햇님과 달님이야기를 기본틀 거리로 삼아, 해돌이는 남쪽을 달순이는 북쪽을, 호랑이는 미국과 일본으로 상징화하여 우리의 분단사를 소박하고 정감어린 우리 그림으로 묘사하였다.

이 만화영화의 내용에 대해 서군은 현 정세를 만화영화로 담아내기에는 작품의 완성도와 속도감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서 『이번 만화영화는 전반적인 통일의 문제를 그려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앞으로 서총련에서는 이 만화영화를 신입생환영회 뿐만 아니라 과학생회모임, 농촌활동에도 보급할 예정이고 각계각층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민예총을 통한 전국적 보급도 구상중이다.

대중적인 매체인 만화로써 통일을 그릴 때 더 많은 공감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이러한 시도는 발전적인 전망이라 하겠다.

만화같은 세상이 넘지 못할 산처럼 버티고 서있다.

이제 그들만의 무기였던 만화영화를 우리의 불도저로 삼아 산길을 닦고 터야 할 때가 온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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