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 대하드라마「땅」은 사전심의를 받아 두번이나 경고처분을 받았다.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아직까지도 정부기관에서는 문학예술이 정권유지의 차원으로서만 표현되고 기술돼야 한다고 믿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MBC 대하드라마「땅」의 경우처럼 과거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자 하는 순수한 노력을 탄압의 대상으로 삼겠는가.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임을 표방해 왔고 자유민주주의임을 자랑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럼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자본주의 사회란 대중의 욕구가 다양하게 분출되는 사회 아니던가, 때문에 그런 대중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으로, 다양한 논리로, 다양하게 씌여진 작품들이 많이 생산돼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러기에 흔히들 민주주의 사회를 다양성이 존중되는 점을 최고의 장점으로 들고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바꾸어 말하면 대중은 다양한 점을 요구한만큼 다양한 시각으로 다양하게 씌여진 작품들을 모두 소화해내며 판단한다는 사실이다.

대중은 지금까지 자신들 스스로가 잘못된 작품들은 비판을 하면서 외면해 왔고 좋은 작품들은 스스로가 평가하면서 선호해 왔다.

그런데 최근의 언론사태를 보면서 우리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국민 대중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땅」의 경우 우리 근·현대사의 지금껏 밝혀내지 못한 부분들을 그 무슨 충격적인 방법으로 보여주고 있는 식의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학계나 문학예술계에서 이미 확인했던 사실이거나 대부분이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사실들을 평면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정부기관에서는 굳이 문제를 삼는 것인가. 특히나 요즘처럼 정부 스스로가 앞장서서 사회주의권과의 교류를 벌이고 있는 시대에, 분단 반세기를 가까이 적으로만 표명해 왔던 북한과의 교류도 벌이고 있는 시대에 지금껏 금기시해 왔던 사회주의 이념과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 주지는 못할 망정, 여전히 남북이 얽혀있는 분단 전후의 왜곡된 상황을 묶어놓으려고만 하는 것인가. 오히려 정부의 의지대로라면 우리 사회의 사상·문화적 수준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라도 창작예술 활동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남북으로 나누어진 분단전후의 상황은 현실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중요하다.

과거사가 없는 현재가 없듯이 현재를 바르게 진행시켜 내기 위해서라도 과거사는 중요하다는 말이다.

언론의 자유와 창작예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척도이다.

우리는 최근 MBC 대하드라마 「땅」이라는 작품에 가해지는 극심한 탄압을 보면서 다시 한번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중의 판단을 믿지 못하는, 즉 대중을 바보 천치로 보는 행위가 얼마나 오래 갈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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