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연극학과의 「어머니」를 보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과 정기공연 「어머니」가 19일(월) 그 막을 올려 25일(일)까지 공연되었다.

「어머니」는 한국에서 88년 말에야 해금된 소비에트 문호 막심 고리끼의 혁명전(1907년작) 작품 중의 하나이다.

고아로 태어나 맨 밑바닥 인생을 전전한 작가의 저변세계가 바탕이 되고 있는 이 작품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효시라고 평가받을 만큼 혁명전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전형을 탁월하게 형상화 해냈다.

이번 연극은 사회주의 문학에 대한 뚜렷한 전망을 제시했던 브레히트가 각색한 희곡에 바탕을 둔 최초의 공연으로, 브레이트의 「서사극이론」에 충실히 따르고 있으며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당파성을 뚜렷하게 내포하고 있다.

무지와 가난 속에서 쪼들린 삶을 살아가던 한 어머니가 파업투쟁의 선두에서 싸워나가는 아들 「파벨」의 모습을 걱정과 불안으로 바라보다, 자신도 점차 우매함에서 벗어나 혁명가의 한사람으로 변모한다는 것이 극내용의 주요골자이다.

「스스로 깨우치는 민중의 삶」을 단편적으로 묘사하는데 주력했던 이번 연극은 여러가지 의의를 가진다.

첫째, 노동자에게 있어 「배움」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쉽게 표현하고, 「노동자의 단결」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을 느끼기에 이 연극은 충분히 역할을 담당했던 것 같다.

둘째, 「어머니」에는 당대 러시아 사회가 혁명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었던 필연성이 담겨 있다.

결국, 평등의 땅을 꿈꾸었던 당대 노동자들의 간절함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세째, 이 연극은 20세기초 비참한 러시아 프롤레타리아들의 삶을 구석 구석 정밀하게 묘사하면서도 결코 어둡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아마도 노동자들의 눈물겨운 삶 속에는 놀라운 힘과 혁명에 대한 정열이 빛을 발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 같다.

네째, 극 중간중간에 「베움의 찬가」, 「토론의 찬가」 등의 노래를 삽입했다.

이것은 프롤레타리아의 생계난과 관련된 정치적 문제에 관한 내용을, 프롤레타리아에 의한 권력계승의 문제와 배움의 문제로 관련시킴으로써 단순화시켜 전달하는데 브레히트 「서사극이론」이 적잖게 기여한 것이었다.

이밖에도 극중 노동자를 대표하는 「파벨」과 자본주의 전형인 교사 「니꼴라이」는 서로 대립되는 인물로 나타난다.

대립의 과정을 거치며 민중의 뜻으로 점차 변화해 가는 「니꼴라이」의 모습은 민중의 승리를 상징한다.

또한, 러시아 국경을 넘다 결국에는 총살을 당한 아들 「파벨」의 죽음을 「종교적 구원」으로 극복해 보라는 권유를 뿌리치는 어머니의 모습은 그 당시 억압과 착취에 시달리는 민중들에게 종교는 하나의 필요악일 뿐 아니라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이번 연극은 구성상의 헛점을 드러내고 있다.

극중에서 어머니는 「까막눈」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혁명의지로 떨쳐 일어나 투쟁의 선봉을 지키게 되는데, 이는 어머니가 변화하기까지 충분한 고민의 모습을 표현해 내지 못한데 기인한다.

파업투쟁에 대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혁명적 열정, 투쟁의지 속에서 자신에 찬 어머니의 모습 등에서 이 작품의 기본적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밑바닥 인생」의 당당함(?)을 부정하는 이 시대에서 살고 있는 민중들에게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는 「희망과 활력」으로써 다가갈 수 있었다는데 연극의 의의를 두고 싶다.

지금, 우리는 변화를 위한 고민에 인색하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의미를 되새김질해 보아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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